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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한다, 유모차 안 치운다…아들뻘 입주민에게 매맞는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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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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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신음하는 경비원…택배 수령부터 분리수거까지 업무 다양화

 


평균 149만원·24시간 격주근무…길어야 1년 계약에 당해도 전전긍긍

을 중에 을, 아파트 경비원은 입주민의 부당한 지시와 폭언·폭행에 괴롭다.

대부분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 본연의 임무는 방범·안전 점검이지만, 택배수령부터 분리수거까지 입주민의 요구가 다양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비원과 입주민의 상생을 위해 모두가 공동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A(39)씨가 복도에 있는 유모차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 B(69)씨를 폭행했다.

B씨는 유모차가 다른 주민의 소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치울 수 없다며 거절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무릎으로 가슴부위를 얻어 맞은 B씨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2월 2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C(61)씨가 태도가 공손하지 못하고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경비원 D(75)씨의 얼굴 등을 폭행했다.

C씨의 폭행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30분 간 계속됐다.

아파트 경비원이 부당한 지시에 항변하다가, 혹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비원 직종 특성상 퇴직한 중고령층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에서 간접고용 형태로 일을 한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사용자, 즉 사실상 고용주의 위치에 있는 입주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비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말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세태를 읽을 수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원 45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비원은 평균 149만2천원의 임금을 받으면서, 대부분(97%)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한다.

가장 힘든 점으로는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무'가 꼽혔으나 '입주민 응대'나 '업무실수에 대한 부담' 등 입주민과 관련된 답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입주민에게 욕설이나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2명 이상(22%)의 경비원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비원은 본래 임무인 방범·안전점검 외에 입주민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별 소요시간 비중은 방범·안전점검 28.6%, 택배관리 20.2%, 주변청소 19.3%, 주차관리 16.3%, 분리수거 16.2%, 기타 15.5% 등으로 각 항목이 비슷했다.

입주민 개개인이 볼 때는 대수롭지 않을 법한 업무들이지만, 홀로 수백명의 고용주인 입주민을 상대해야 하는 경비원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센터는 자료에서 "원칙적으로 경비원의 업무 범주는 방범업무를 중심으로 규정돼 있으나 그 외의 일을 서비스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수행하는 편"이라며 "이 과정에서 처우 문제가 부상하거나 입주민 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아파트 경비원은 "애초 계약할 때부터 방범·안전점검 업무 말고도 택배, 청소, 주차 등이 계약사항에 명시돼 있어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일을 하는 분위기"라며 "입주민에게 월급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부당한 처사가 있어도 (불만을)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직업 세분류를 확인할 수 있는 한국고용정보원 '산업직업별 고용구조 조사'가 이뤄진 마지막 해인 2009년 기준 국내 경비원 숫자는 25만6천여명으로, 조사 대상 직업 422개 중 16번째로 많은 노동자가 있는 직종이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거주 형태인 아파트 및 중고령층 퇴직자 증가로 경비원의 숫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이 여전하고, 처우는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순희 조직국장은 "입주민이 경비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경비원은 자신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게시간을 사용한 것임에도 '왜 자리에 없느냐'는 핀잔부터 시작해 폭언이나 폭행 등의 피해를 당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비원에게 최저임금 100% 적용이 결정되면서 경비인력 감원이 이뤄진 아파트가 많다"며 "그나마 일자리를 잃지 않은 경비원의 경우 무급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업체의 꼼수로 임금 인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정훈 연구위원은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는 입주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교체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경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위탁관리업체와 짧게는 3·6개월, 보통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비원으로서는 평소 입주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비원의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인원을 추가하는 등 업무 분장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입주자 대표회의, 즉 아파트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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