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정부의 수요 예측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30일 오후에야 최종 자격기준을 확정할 방침이어서, 도입 이후에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0~2세 맞춤형 보육은 지금의 하루 12시간짜리 종일반 외에도 하루 6시간짜리 맞춤반을 어린이집에 두는 제도이다.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이용하게 되는 맞춤반은 종일반의 80%로 지원 보육료가 삭감되기 때문에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당장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맞춤형 보육을 철회하지 않으면 6개월간 휴업한다는 방침이다. 장진환 회장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1만여곳 이상이 9월 1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 6개월 예정으로 7월중 휴원 신청서를 접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어린이집 단체간 막판 협상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이 8대2 수준이어서 어린이집 운영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진행된 '종일반 보육 자격 집중 신청' 접수 결과 종일반과 맞춤반의 비율은 73대27로 집계됐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7대3에 더 가까운 비율을 나타낸 것.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취업이나 임신 등으로 종일반 이용 사유가 3%가량 추가돼 76대24의 비율이 될 것"이라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전날 어린이집 단체들과의 협상에서도 종일반에 다닐 수 있는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복지부는 다만 두 자녀 모두에 전면 허용할 경우 종일반 비율이 80%를 넘어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보고, 연년생과 쌍둥이만 허용하거나 첫째 자녀의 나이에 제한을 두는 방식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자녀 기준 완화와 기본보육료를 연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최대 6%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중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해온 영아 1인당 보육료는 0살의 경우 41만 8천원, 1살은 36만 8천원, 2살은 30만 4천원이다. 인건비 지원이 따로 없는 민간·가정어린이집엔 기본 보육료를 추가해 0살은 80만 1천원, 1살은 55만 3천원, 2살은 42만 5천원을 지원해왔다.
복지부와 어린이집 단체들은 이날 오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핵심 쟁점인 다자녀 기준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진엽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최종 협의 결과와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을 불과 10시간 앞두고 종일반 자격기준 등이 최종 확정되는 셈이어서, 일선 보육현장과 학부모들의 혼선도 당분간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