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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로 추경한다는 정부…부담은 차기정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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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입 활용 추경편성 매우 위험한 발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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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 이명박 정부가 시작됐을 때 노무현 정부는 걷어서 쓰고 남은 세금, 즉 세계잉여금을 16조5천억원을 넘겨줬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기업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감세정책을 추진한 밑바탕이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3년 초 박근혜 정부에 세계잉여금 마이너스 1천억원을 남겼다. 마이너스 통장을 넘겨준 셈이다. 저성장으로 빠져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급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 곳간에는 여유가 없었다.

결국은 국채 발행, 즉 나라 빚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임기 첫 해부터 추경예산을 편성한 박근혜 정부는 2년 뒤인 지난해에도, 그리고 결국 올해도 추경을 비롯한 정부 돈을 풀어 겨우 경제를 지탱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라빚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2012년 결산기준으로 425조1천억원으로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중앙정부 채무는 2014년에 503조원으로 500조원을 넘더니 올해는 국가채무가 아예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마다 100조원 이상 나라빚이 늘어나는 초유의 상황이 부담이 됐던지, 정부는 올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초과세수를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올해 세입예산에 잡힌 것보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힐 것 같으니 미리 더 걷힐 세금을 당겨쓰자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의 재원은 연말까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활용하여 재정적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고, 이중 일부는 국채상환에 사용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지금처럼 세금이 잘 걷힐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미 상반기에 경기를 살리느라 본 예산도 하반기에 쓸 것을 미리 6조6천억원이나 당겨썼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세입이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다시 세수펑크 사태가 오게 된다.

다행히 연말에 예상대로 세금이 10조원 이상 더 걷힌다 하더라도, 내년에 국채상환 등에 사용해야할 재정여력을 미리 당겨써버리면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지금 초과세수가 들어오는 것은 슬픈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세수진도율이 지난해 보다 10% 이상 급상승한 부가가치세는 사실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정부가 환급해줘야 할 세금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또 "늘어난 세수의 상당부분은 소득세와 담배관련 세금"이라며 "하반기나 내년까지 꾸준히 세금수입이 개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과 세수를 추경으로 당겨쓰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는 정공법을 제안했다.

사실 초과세수를 이용한 추경은 결국 내년에 쓸 돈을 당겨쓰는 것에 불과하다. 곧바로 부담이 내년 또는 내후년에 돌아오게 된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로부터 마이너스를 물려받아 고전했듯이, 차기 정부도 재정여력 부족으로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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