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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기사 동료 "건당 무조건 50분, 어기면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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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신경 쓰라던 대화가 마지막…
-실외기 받침대, 하중 못이기고 추락
-업무량 맞추려 퇴근 후에도 잔업
-재발방지 위해 정부, 원청 나서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형권(추락사한 에어컨기사의 동료)

이번에도 충격과 함께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을 하나 짚어볼까 합니다. 여러분, 얼마 전 벌어진 지하철 사건 김 군 사건 기억을 하시죠?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3층 빌라의 외벽을 타고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수리기사가 추락해서 숨진 겁니다.

실적 압박에 쫓겨서 안전장구도 없이 수리 작업을 그저 맨몸으로 하다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오늘 고 진남진 씨와 수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기사분을 통해서 현실을 직시해 보죠. 동료기사 양형권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양형권 씨, 나와 계십니까?

◆ 양형권> 네.

◇ 김현정> 돌아가신 진남진 씨와는 얼마 동안이나 같이 일하셨어요?

◆ 양형권> 5년 이상 같이 일을 했습니다.

◇ 김현정> 5년 이상이요. 그럼 지금 동료분들 마음이 어떠실까 싶네요?

◆ 양형권>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남 일 같지 않고요.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고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이 사고를 당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 보니 같은 에어컨 수리업을 하면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 김현정> 그분을 잘 모르는 국민들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동료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분 돌아가신 뒤에 가방 안에서 도시락이 발견됐다고 해서 더욱 애잔하게 만들었는데요. 혹시 그 사고 벌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누신 대화 같은 거 기억나세요? 머리에 맴도는?

◆ 양형권> 마지막으로 하루 전인가 이틀 전인가 그랬습니다. 건물 안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을 했고요. ‘업무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요새 바쁘니 건강 신경 써라’라면서 업무량에 대해서 조금 물어봤었습니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 김현정> 그 인삿말이 무색하게 이런 사고를 바로 당하신 건데요. 사고가 발생한 23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고 진남진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신 거죠?

◆ 양형권> 저도 현장을 보기는 했지만 3층 높이의 빌라인데 실외기가 설치가 되어 있는 고정부위가 베란다 샷시입니다. 그 샷시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게 설치가 돼 있었고요. 에어컨 제품을 고치기 위해서는 몸의 반 이상이 밖으로 나가야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고객의 집 실내로 기사분이 들어가기는 들어가는데 몸의 반 이상을 베란다 바깥으로 구부려야지만 실외기의 수리할 부분에 닿는 상황,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군요? 가서 보시니까요?

◆ 양형권> 네. 그리고 베란다 부근에 샷시 자체도 너무 허술하고 약하게 구조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추락을 하면서 실외기도 떨어지고 샷시도 다 떨어지고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몸의 무게중심을 완전히 옮겨서 밖에서 작업을 해야 되는 건데 실내와 기사분을 묶는 어떤 안전장치라든가 이런 게 전혀 없었습니까?

◆ 양형권> 저도 현장에 가서 봐서 봤지만 안전장비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고정을 할 수 있는 부위 자체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도 방문의 문고리라든지 어딘가 연결을 할 수 없었을까요?

◆ 양형권> 저희들이 갖고 다니는 안전장비가 그렇게까지 설치할 수 있는 그런 장비가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뭔가 안전장비라고 해서 대단한 안전장비는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양형권 씨도 지금 한 6, 7년 동안 일을 하시면서 아찔한 곳에서 ‘아차 내가 무게중심을 잃겠구나’ 하는 곳에서 업무하신 적이 더러 있으십니까?

◆ 양형권> 누구나 다 경험을 했을 것이고요. 조그마한 추락이나 이런 것도 다 있었을 것이고요.

◇ 김현정> 추락 안 해온 기사가 없었을 것이다? 양형권 씨는 어떤 일이 기억나세요? 정말 큰일날 뻔했던 기억이요.

◆ 양형권> 4층, 5층 높이의 단독주택에서 작업을 하다가 몸이 한 80% 정도가 외부로 나간 상태에서 두 발을 벽에다 지탱을 하고 작업을 했는데요. 발이 지탱하고 디뎠던 벽돌부분이 삭아 떨어지면서 발목이 약간 꺾이는 그런 상황도 경험을 했습니다.

◇ 김현정> 안전장비 자체도 그렇게 충분치 않고 단단하지 않은데 문제는 그마나 있는 안전장비도 착용을 제대로 하면서 ‘어디다가 고정할 곳이 없나? 단단한 곳 찾아서?’ 이렇게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으시다면서요? 실적에 쫓겨서요?

◆ 양형권> 저희가 실질적으로 1시간 안에 수리를 다 해야 되는데요.

◇ 김현정> 아니, 에어컨이 고장난 게 집집마다 다 다를 텐데, 시간이 그렇게 딱 정해져 있단 말이에요?

◆ 양형권> 네.

◇ 김현정> 1시간 안에는 그 집에서 모든 걸 마쳐야 된다?

◆ 양형권>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50분 안에 마쳐야 되고요. 나머지 10분은 그 다음 고객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딱 1시간입니다.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 김현정> 그런데 다니다보면 1시간이 넘는 정도의 심각한 고장이 난 곳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 양형권> 저녁에 퇴근을 할 시점에 퇴근한다고 퇴근은 하겠죠. 그리고 나서 다시 고객 집에 재방문을 해서 마무리 추가 작업을 하고 저녁 8시, 9시까지 해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게 태반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을 하려고 하면 굉장히 촘촘하게 시간 배정이 돼 있는 걸 저도 본 적이 있는데요. 결국 그다음에 예약한 사람 시간을 맞춰주기 위해서는 이 집의 수리를 빨리빨리해야 하고 그래도 미처 못 맞출 경우에는 ‘퇴근하고 다시 들르겠습니다’ 하고 일단 다음 손님한테 가야 되는 거군요?

◆ 양형권>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고객님께서 회사 대표 전화번호로 전화하셔서 독촉을 합니다.

◇ 김현정> 항의를 하겠죠.

◆ 양형권> ‘왜 안 오냐?’라고 하시면 회사에서는 그 전화를 갖고서 실적 압박을 하는 거죠. ‘이런 독촉 전화 왜 오게 하냐?’라는 식으로요.

◇ 김현정> 그런 독촉 전화가 온다든지 혹은 고객이 서비스 불만족을 표시를 한다든지 하면 어떤 제제를 받으세요?

◆ 양형권> 우선은 심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문자메시지가 계속 날아오고요.

◇ 김현정> 뭐라고 날아옵니까?

◆ 양형권> ‘왜 이것밖에 안 되냐’부터 시작을 해서 거기에 대한 사유서라든가 그런 걸 또 써서 제출하고 퇴근하라는 식으로의 문자도 있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그렇게 그야말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수리를 하러 다니시면 월급은 넉넉히 가져가세요?

◆ 양형권> 고객분들께서는 저희들이 돈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같은 비슷한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과 따뜻한 밥을 먹을 때 저희는 그 시간까지도 현장에서 고객님 댁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끝으로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일 시급한 것이요.

◆ 양형권>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고요. 재발대책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나 정부나 최대한 신경을 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현정>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안타깝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제발 깊이 짚어주고 재발방지책을 만들어달라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단 말씀이세요. 오늘 동료가 그렇게 떠난 뒤에 마음 무겁고 입 열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렇게 용기 내서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양형권>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 진남진 씨 동료 양형권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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