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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제유출 강사 버젓이 강의…"불법이 훈장인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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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학원도 혐의 알지만 "실력만 좋으면 불법도 괜찮아"

수능 모의평가 문제를 사전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받고 있는 학원 강사가 버젓이 수험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스타강사가 불법으로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강도높은 경찰조사를 받고 있지만 성적지상주의에 빠져든 사교육 시장에서는 결코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 이 강사 취재진 만나자 줄행랑 "죄송합니다"

학원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이 강사의 고급 외제승용차 (사진=김기용 기자)

 

지난 15일 10시간 넘게 경찰조사를 받은 이모(48) 강사는 이틀 뒤인 17일 오전에도 한 대형학원의 서울 노량진 분점인 A학원에서 비(非)문학 강의를 했다.

이 강사 뿐만 아니라 돈을 받고 모의평가 문제를 이 강사에게 전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교사가 긴급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취재진은 수업이 끝난 뒤, 학원 주차장 계단을 내려오는 이 강사와 마주쳤다. 그는 남학생 한 명과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뒤에 키 큰 학생 둘을 대동해 잰걸음으로 학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이 강사는 "누구세요?"라고 질문한 뒤 학생들에게 "좀 막아줘"라는 말과 함께 택시를 잡으러 도로가로 줄행랑을 쳤다.

택시를 잡은 이 강사는 거듭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학원에 돌아와 보니 조금 전까지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이 강사의 고급 외제승용차도 사라지고 없었다.

◇ 학생들 "이 강사가 전국 최고, 상관없다!"

모의평가 유출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은 이 강사는 여전히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기용 기자)

 

재수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는 A 학원에는 이 강사의 강의를 듣기위해 이날도 8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나본 학생들은 모두 이 강사의 혐의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신청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 강사의 수업만 3번 넘게 들었다는 김모(19) 씨는 "이 강사가 단연 국어 전체 1등이니까 또 들을 것"이라며 "이번 유출 혐의로 이 강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친 뒤 컵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박모(22) 씨도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졌지만 수업이 워낙 좋고 강사가 잘 가르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 강사의 수업을 듣고 귀가하던 박모(25) 씨는 이번 모의고사 문제 일부가 사전에 유출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비문학과 문법문제가 섞이는 등 새로운 유형이 나왔는데, 이 강사가 그 유형마저 그대로 맞혔다는 것.

하지만 박씨는 "강사 실력이 좋기 때문에 중간에 수강을 관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도 성적 신경 쓰느라 모의고사 유출 같은 건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이 바닥이 다 이래, 성적만 올리면 OK"

사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이 돼버린 학원들도 돈벌이가 되는 이 강사의 수업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A 학원 측은 강의를 취소하지 않고 오히려 스타강사인 그를 편들며 감싸는 분위기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국어 1위"라며 이 강사를 소개하고 있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이 강사에게 혐의 관련 질문을 하면 그 사람 기분이 좋겠냐"며 이 강사의 감정까지 신경 쓰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이 강사의 혐의내용 등 자세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A 학원 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들도 계속 이 강사의 얼굴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걸어놓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그의 강의를 취소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모 학원에서 국어과목을 강의하는 B 강사는 "학원강사 입장에서 문제유출은 밑져야 본전"이라면서 "걸리지 않으면 뜨는 거고, 걸려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변명이 인정되는 해괴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학원 내 자정작용이 어렵다면 강사퇴출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외부적인 제재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소속 C 강사는 "나도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지만 이 바닥에서는 불법이 큰 문제가 안된다"면서 "학생들 성적만 올리고 학원에 돈을 벌어다 주면 모든게 용인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이 강사에게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로 지난 16일 경기지역의 현직 교사 박모(53) 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법원에선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날 즉시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 강사가 박씨에게 문제당 10만 원씩 건네면 박씨가 출제 관련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받아 이 강사에게 전달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강사는 일부 혐의만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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