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홈페이지 캡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이 롯데그룹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이 1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신 회장은 15일(현지시간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미국 액시올 합작법인의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고 협조하도록 얘기했다”고 밝혔다.
◇ 신동빈, 호텔롯데 상장 내세워 여론 등 국면 전환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지 또한 표명했다. 신 회장이 내세운 승부수는 호텔롯데 상장이었다.
호텔롯데는 지난 13일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로 연기한다"며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연내 상장은 물건너 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신 회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다시 준비해서 연말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상장 재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진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신 회장은 "상장은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므로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롯데의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국적 및 국부유출 논란이 일었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 회견과 같은 해 9월 국정감사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고 그 핵심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이었다.
◇ 순환출자고리 9만5033개→67개, 상장 통해 국적 및 국부유출 논란 해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실제로 신 회장은 사재 등을 투입해 2013년 기준 9만5033개였던 순환출자고리를 67개로 99.9% 끊어냈다.
여기에 일본계 지분이 98%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계 지분을 98%에서 65%로 낮춰 일본 기업과 국부 유출의 꼬리표를 떼어내고자 했다.
신 회장이 검찰 수사 이후 첫 일성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호텔롯데 상장을 외친 것은 검찰의 파상공세에도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결국 검찰 수사로 조성된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켜 국면을 전환시켜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호텔롯데 상장?…무산 또는 헐값하지만 신 회장의 바람대로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입증돼 호텔롯데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이 고발하면 3년 동안 상장예비심사 신청 자격이 박탈된다.
설사 처벌만은 면한다 하더라도 한국거래소 측에서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상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심사 통과 이후 100일 안에 상장을 마쳐야 하므로 8월까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적으로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상장시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 회장님의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우려도 있다.
호텔롯데는 당초 주당 9만7,000~12만원의 공모 예정가로 이달 29일 상장을 목표로 순항중이었다. 그런데 정운호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다음달 21일로 상장 일정을 연기했고 공모 예정가도 8만5,000~11만원으로 낮춰야 했다. 공모 예정금액은 4조6419억~5조7426억원에서 4조677억~5조264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0년 삼성생명의 역대 최대 공모액 4조8881억원 경신도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로 상장을 재주친하더라도 공모가 추가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오너 리스크가 투자자에게 너무 깊이 각인됐다는 것이다.
한 시장분석가는 "면세점 로비 의혹으로도 흥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는데 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이를 보완해줄 가격 인하 요소가 없다면 공모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