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롯데홈쇼핑이 오는 9월 28일부터 6개월간 매일 하루 6시간씩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홈쇼핑 채널에서 황금시간대에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가 6개월간 지속된다는 건 초유의 일이다.
롯데에서는 동일한 사안으로 이중징계를 받았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에서는 지난해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만큼 과도한 징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롯데홈쇼핑은 왜 '부관참시'를 당했다고 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부관참시라니? 요즘도 그런 무서운(?) 용어를 사용하나?= 조선시대 사화에서 주로 보던 게 '부관참시' 형이었다. 죽은 뒤에 큰 죄가 드러난 사람에게 내려진 극형을 말하는 것인데 요즘에는 과도한 이중처벌을 받을 경우 '부관참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관참시'라는 말은 롯데홈쇼핑이 '영업정지 6개월'이라는 방송사상 초강력 징계를 받은데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롯데홈쇼핑에 대한 중징계에 대해 "부관참시를 당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다른 관계자도 "롯데홈쇼핑 영업정지는 명백한 이중처벌로 '부관참시'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 롯데홈쇼핑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얘기냐?= 롯데에서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5년이던 승인유효 기간이 3년으로 줄어들었다. 이미 징계를 받았는데 다시 하루 6시간의 프라임타임 방송을 중지하라는 건 너무 과도한 징계"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다른관계자는 "미래부가 재승인 심사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을 받으니까 가장 쎈 징계를 내렸다"면서 "강한 징계로 실수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임직원 범죄사실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진실을 은폐한 사실이 없다"며 "신고 사실이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처분"이라고 호소했다.
롯데홈쇼핑은 "미래부 영업 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중소 협력업체 줄도산과 고용인원 연쇄 타격 등 파급 피해가 막대하다"며 "6개월 프라임 방송 송출 정지에 따라 5500억원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협력사 영업손실은 물론 수천명 근로자가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자료사진)
▶ 정말로 롯데홈쇼핑에 대한 징계가 과도한 것이냐?= 그 판단을 내리기 전에 롯데홈쇼핑이 왜 징계를 받게 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롯데홈쇼핑의 '갑(甲)질' 논란은 유명한 사건이다. 지난 2014년 6월 서울중앙지검이 롯데홈쇼핑에 대해 수사한 결과 전·현직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뜯어낸 수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2014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임직원 비리를 보면 당시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10명이 방송 출연과 프라임 시간대 배정 등을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돈과 고가 그림, 승용차 등을 챙겼다. 심지어 이혼한 아내의 생활비와 아버지의 도박 빚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롯데홈쇼핑의 '갑질'은 그게 다가 아니다. 2015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6개 홈쇼핑 업체들이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계약서 미교부, 일방적 계약 변경, 납품대금 지급 지연, 판촉비 떠넘기기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정도의 잘못이라면 어느 정도의 징계를 받아야 적절할까? 홈쇼핑업계의 갑질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된 것이었고 드러난 게 전부도 아니다. 검찰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정도였다.
롯데홈쇼핑의 갑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그래서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징계수위는 홈쇼핑 재승인 유효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2년 단축한 것이 전부였다.
미래부가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 그렇더라도 동일한 사안으로 두 번 징계를 했다면 이중처벌이 되지않나?= 이중처벌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다. 롯데에서 '부관참시'라고 말하는 게 과도한 이중처벌이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감사원이나 미래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롯데홈쇼핑이 명백하게 허위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진=자료사진)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에 대한 재승인을 내준 게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에따라 특정감사에 착수해 재승인 심사를 담당한 미래부 공무원 3명을 징계하도록 했고 롯데홈쇼핑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중징계를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롯데홈쇼핑은 2014년 적발된 비리임직원 10명 중 대표이사 등 2명을 제출 서류에서 뺐고 미래부 공무원들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대표이사와 생활부문장 2명의 범죄사실(배임)를 심사에 반영했다면 과락이 되므로 최악의 경우 재승인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이 이런 사정을 알고 고의로 임원2명의 형사처벌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감사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미래부의 한 관계자도 "롯데홈쇼핑에 대한 이중처벌이 전혀아니다"면서 "감사원에서는 재승인 취소를 해야 할 정도로 강경한 방침이었지만 '방송법시행령'에 허위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승인취소가 불가능해 영업정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 강력한 징계를 해야하지만 현재의 규정상 어쩔 수 없이 6개월 영업정지 밖에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롯데홈쇼핑은 이중처벌이라고 하고 정부는 정당한 징계라고 한다면 결국 소송으로 가나?= 롯데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렇게 많지 않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난주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영업정지가 이뤄지지 않도록 소송을 비롯한 대책을 수립해 달라는 한결같은 목소리였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룹차원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주변에서 소송을 제기하라는 여론이 높지만 국가기관과 정면충돌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 중"이라면서 "소송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징계를 결정 할 때 롯대홈쇼핑이 소송을 낼것이라는 걸 알고 했다"면서 "소송을 내더라도 징계할 건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
▶ 항간에는 정권차원에서 롯데그룹 손보기가 아니냐 그런 얘기들도 있던데?=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들어 이명박 정부에서 잘나갔던 효성과 CJ가 사정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해고 그 다음 타겟이 롯데그룹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지금도 재계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롯데그룹고 위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구체적인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다"면서 "최근 상황을 보면 쓰나미가 몰려오는 듯하다"고 말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부터 불거진 신동주·신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에 이어 면세점 심사에서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었고, 최근에는 정운호 게이트 의혹과 관련된 롯데면세점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또 롯데마트와 롯데물산은 가습기 살균제 파장으로 인해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져있고, 롯데홈쇼핑 재승인 문제는 결국 6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에 대하 정권차원의 손보기가 진행되고 있다' 말이 나도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별사건을 하나하나 분리해서보면 정부나 사정기관에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을 정권차원에서 손보기 한다는건 어불성설"이라면서 "잘못한 기업을 제재하는 게 잘못이라면 대기업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말아야 하는 거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 그렇지만 롯데홈쇼핑에 대한 제재 때문에 협력사들이 입는 피해는 어떻게 하나?=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만 그건 롯데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롯데홈쇼핑이 왜 중징계를 받게됐나? '갑질논란"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홈쇼핌이 협력사들을 앞세워서 여론전을 펴거나 정부를 압박하는 건 논리도 맞지않고 정당성도 없는 일이다.
납품업체들이나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부관참시와 같은 정부의 가혹한 이중처벌 탓이 아니라 롯데홈쇼핑의 거듭된 불법행위 탓이므로 롯데그룹이 대책을 세우는 게 맞을 것이다.
홈쇼핑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진정으로 협력사들을 위한다면 협력사들을 동원해서 정부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예를들어 방송중지 시간에 벌어들이는 수익 전체를 협력사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이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 말한다.
롯데홈쇼핑의 갑질때문에 홈쇼핑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기업이 불법 부정을 저질러도 그것에 대해 벌을 줄 때 그 결과로 하청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벌주지 말아야 하는가?"라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끊임없이 또다른 경제논리를 앞세워 불법과 부정을 저질러도 좋다는 이야기냐?"라고 비판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은 보호해야 하지만 불법과 비리가 드러났을 때는 일벌백계를 해야 질서가 바로잡힌다. 매번 경제논리를 내세워서 엄포만 놓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일이 되풀이 되다보니 법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협력사 뒤에 숨는 것은 또다는 갑질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