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영군 학대 사망 사건의 첫 공판에서 원영군의 친부와 계모는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 검찰이 적용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27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형사1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8)씨는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 평소와 상태가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못느꼈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어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 들려 가봤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고 술에 취해 있어 (상태가 심각한지) 잘 몰랐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친부 신모(38)씨 역시 "그런 것은 못 느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부작위에 의한 살인 즉,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군이 숨지기 직전 숨을 헐떡이는 '체인스톡호흡(Cheyne-Stokes)' 증상을 이들 부부가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점에 미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와 신씨의 국선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잘 판단해달라"고 설명했다.
방청석은 유가족과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평택 안중·포승지역 맘카페 회원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검찰이 김씨와 신씨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는 동안 울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두 사람을 향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방청객 서모(41)씨는 "오늘 공판에서는 사실 확인밖에 되지 않았으며, 재판부도 시민들의 눈과 귀를 우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피고인들에게서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계모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둬놓고 락스를 뿌리는 등 학대를 해오다 2월 1일 오후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원영이의 옷을 벗기고 찬물을 부어 방치해, 다음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부 신씨는 김씨의 학대행위를 알면서도 아동학대로 처벌받게 될 것을 우려해 원영이를 보호하지 않은 채 방관하다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원영이의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방치했다가 2월 12일 오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4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