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쌍둥이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다가구주택 반지하 현관(사진=김광일 기자)
반지하 주택에 함께 살던 20대 쌍둥이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서울 마포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쯤 마포구 합정동의 한 다가구주택 반지하에서 A(28·형) 씨와 B(28·동생)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 씨 등이 살던 집 현관 문틈에는 물이 새어 나와 웅덩이를 이뤘다.
웅덩이를 본 집주인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보조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때 방 안에서 발견된 건 숨진 A 씨. 집주인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해 욕실에 쓰러져 있던 B 씨를 발견했다.
이들의 시신은 이미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으며, 지난달 이사 온 뒤부터 부모님 없이 단둘이 생활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쌍둥이 형제가 살던 현관 문틈으로 물이 새어나와 웅덩이를 이뤘다. 숨진 다음 날인 27일까지 웅덩이가 일부 남아 있었다. (사진=김광일 기자)
경찰은 시신에 외상이 없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쌍둥이 형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지난 2014년 말부터 최근까지 17개월분의 건강보험료 70여만원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 몰던 자동차를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물리고, 이를 내지 못해 가산금이 쌓이면서 240여만원이 청구되기도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합정동의 또 다른 다가구주택에서는 80대 노모가 입원한 사이 남겨진 형제 중 동생 박모(당시 50세)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박 씨는 한 달 이상 그의 형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정신분열(조현병) 증세로 2급 정신장애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