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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설득 나선 살균제 피해자들…정부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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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EU 방문해 대책마련 촉구…정부 "외국 민간기업 일이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시민센터가 주한노르웨이대사관에 방문해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이번 사태를 불러온 레킷벤키져 등 다국적 기업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민간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국민 수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국 민간기업을 제제할 권한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 국제기구·각국 정부 상대로 민간차원 노력 이어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이하 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날 UN실무그룹을 방문한데 이어 25일에는 주한유럽연합(EU) 대표부와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을 찾았다.

이날 방문은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는 레킷벤키져와 테스코, 케톡스가 모두 EU 소속의 영국과 덴마크의 기업이라는 점과 노르웨이 연금기금기구가 레킷벤키져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이뤄졌다.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주한EU 대표부 사무장을 만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례에 대한 유럽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특별 결의문을 유럽의회에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또, EU의 의장명의 관련성명을 발표하고 의장과 함께 유럽 의회 영국의원 및 덴마크의원이 각각 레킷벤키져, 테스코 및 케톡스를 항의 방문해 공식사과, 피해대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방문한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에서는 얀 울레 그레브스타 대사를 만나 레킷벤키져 CEO의 한국방문 및 진심어린 사과와 이 사태와 관련된 CEO 및 관련 임원의 해임 및 고발 등을 요구했다.

◇ 자국민 266명이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사태···정부는 뒷짐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시민센터는 주한EU 대표부 사무장을 만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특별 결의문'을 유럽의회에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동안 정부 차원에서는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을 반복하거나 우리가 다녀오고 조사한 것을 확인해서 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며 "검찰이 그나마 움직이지 행정부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과 덴마크의 다국적기업이 자국에서는 판매하지 않은 제품을 한국에서는 파는 이중성을 보였는데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실제로 오늘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만난 얀 울레 그레브스타 주한노르웨이대사는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그레브스타 대사가 이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기본적인 설명을 했고 그레브스타 대사가 한국 정부의 발표내용과 증빙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 외교부 "주무부처 아냐", 환경부 "외교부도 안하는데…"

현재 한국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아예 주무 부서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등 정부는 무관심하거나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영국과 덴마크의 다국적기업이 자국에서는 팔지 않은 인체에 치명적인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이중성을 보였음에도 현재까지 우리 정부의 외교 차원의 항의는 전혀 없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 뒤 "이번 사태에 있어 외교부가 주무 부처가 아니기에 주무 부서도 없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주한EU 대표부와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을 방문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노력을 펴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현안을 진행하기도 어렵다"며 "외교부에서도 없다면 환경부에서 국제적인 공조가 진행되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이처럼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에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레킷벤키져 본사가 있는 영국 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주한 영국 대사관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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