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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새 코너 '김광진의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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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의 필리버스터 첫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남CBS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생방송 전남=""> FM 102.1 (17:05~18:00)
■ 진행 : 박기영 교수 (순천대)
■ 대담 : 김광진 의원

◇ 박기영> 전남 CBS가 야심차게 마련한 새로운 코너입니다. 코너 이름이 김광진의 필리버스터입니다. 그래서 오늘 김광진 의원 모셨는데요. 필리버스터로 가장 떠오른 분이 김광진 의원 아니십니까. 안녕하세요? 청취자분들에게 인사해주시죠.

◆ 김광진> 전남CBS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입니다. 아직까지는 현역의원인데 조만간 대한민국에서 다 아는 백수가 될 것 같습니다.

◇ 박기영> 며칠 남으셨습니까? 백수?

◆ 김광진> 5월 29일까지가 제 공식 임기입니다.

◇ 박기영> 근데 필리버스터로 가장 성공하신 분이시죠.

◆ 김광진> 그래서 제 별명 중 하나가 필리버스타 이기도 하고, 필리버스터 1위 주자로 유명하기도 한데요. 정치인으로서는 결과론적으로 보면 크게 얻은 훈장 중 하나인데, 당시에는 정치인으로서 큰 결단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한테 조언하실 때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올라가면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각해야한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렇더라도 제가 올라가야겠습니다…해서 첫 주자로 올라서게 됐죠.

◇ 박기영> 지금 필리버스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요. 처음부터 자세히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를 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게 됐죠? 그 배경을 말씀해 주세요.

◆ 김광진> 원래 국회에 진행과정이라는 게 국회가 각 상임위원회라는 것이 있잖아요.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 소관이니까 국가정보원을 관장하는 국회정보위원회라는 곳에서 관장하도록 되어있죠.

상임위원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예산을 담당하는 의원들, 하나는 법안을 담당하는 의원인데 저는 정보위원회 법안담당 의원이에요. 그래서 원래 정상적이려면 정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그것을 논의하고, 그것을 다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로 올립니다. 또 그게 통과가 되면 법사위원회로 올려서 법사위원회 법안소위와 법사위원회 전체를 통과된 이후에 그게 다시 본 회의로 올라와야 됩니다.

◇ 박기영> 테러방지법은 어느 단계에 있었나요?

◆ 김광진> 테러방지법은 직권상정하기 전날, 원래 테러방지법이라고 하는 것이 논의되는 게 있었습니다.

◇ 박기영> 그게 오래됐죠? 오랫동안 논의됐었죠?

◆ 김광진> 네. 전체적으로 보면 10년 전이더라고요. 19대 국회 들어서고도 2-3년 동안 3건의 법안이 발의됐었는데, 그게 논의가 되는 과정이었죠. 그 논의를 중단시키고 싶으니까 직권상정 되기 전날 새누리당이 새로 법안을 냈습니다. 그 법안을 정부의 법안소위를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이 국가위기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직권상정 해버린 거죠. 저도 실제 그것을 맡는 법안소위담당인데 그 법안을 읽어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해버린 것입니다.

◇ 박기영> 위기상황이라는 미명하에요.

◆ 김광진> 그런데 어쨌든 그 법안이 통과됐잖아요. 통과되고 나서는 위기상황이 다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기자분들이, 국민들이 그것을 물어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의장에게,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공간에 대해서 말이죠.

◇ 박기영> 사실 테러방지법 시도는 오래됐었는데, 이게 인권침해나 여러 침해의 소지가 있는 법안이기도 했죠. 하여튼 그런 전제 하에 필리버스터 제1주자로 나서게 됐잖아요. 그날 순천에 계셨죠? 선거운동 열심히 하고 계셨죠?

◆ 김광진> 네. 순천에 있다가 갑자기 의원총회가 소집되면서 급히 기차로 올라갔죠.

◇ 박기영> 그때는 필리버스터 1호인 것을 통보받고 가신 거예요?

◆ 김광진> 아닙니다. 의원 전체 회의소집을 했는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정보위원회에 법안소위가 야당에서는 총 두 명 있습니다. 저와 문병호 의원 둘인데, 문병호 의원이 그 당시 탈당을 하셨어요. 그런데 국회법에 정보위원은 교섭단체가 아니면 못 들어오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그 법안소위 역할을 한 사람은 저 밖에 없어요. 실제 그 법안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130명의 의원 중에서 저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어쨌든 가장 관심도 있었고 내용을 알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급히 서울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의원총회가 길어졌어요. 의총에서는 다들 필리버스터 하지말자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테러를 막자는 법인데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괜찮겠느냐. 필리버스터라는 것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잖아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조금 차이점이 있는데, 외국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어쨌든 시간만 끌면 됩니다. 성경책을 읽든, 동화책을 읽든, 노래를 부르든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국회법상 관련한 주제에서 벗어나면 의장이 발언을 중지시킬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1-3분 이내에 사안과 관련 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중단된다고 국회법에 되어있기 때문에 한 두명 정도는 이 법안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 치더라도 나머지 의원들은 그게 가능하겠느냐..하는 염려가 있었고요. 또 종편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잖습니까. 5-10시간 이야기를 하다보면 1-2분 정도 감정에 욱해서 발언이 나올 수가 있는데 그 1-2분만 가지고 종편이 24시간 틀지도 모른다. 이런 염려가 있었죠.

◇ 박기영> 필리버스터 하는 그 날의 상황을 짚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필리버스터가 생소하고 또 시작하면 중단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잖아요. 멈추면 의결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멈추면 큰일난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처음에는 몇 분 하실 생각으로 올라가셨습니까? 그 전에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준비 좀 많이 하고 계셨죠?

◆ 김광진> 어쨌든 저는 그 법안소위를 했으니까 법안내용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원래 법안소위할 때 했던 서류 외에는 A4 1장도 출력을 하지 못하고 바로 올라간 거예요. 그렇게 올라가서 원내대표가 저한테 요구하신 게 2번 주자가 준비할 시간은 5시간이다. 그러니까 5시간만 넘겨달라고 하셨죠.

◇ 박기영> 5시간 이야기 처음에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원래 의원들이 발언할 때 그렇게 길게 안하잖아요.

◆ 김광진> 그렇죠. 원래 반대토론 5분간 하거든요. 그런데 5시간을 하라고 하시는데 어쨌든 해보겠다 했죠. 제가 자료를 챙겨갔으면 어느 정도 감이 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제가 올라갈 때는 2번 주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은수미 의원이 하겠다고 발언하셨고 나머지 분들은 제가 올라갈 때 까지는 신청이 없었습니다. 2번 주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올라간 거죠.

◇ 박기영> 5시간 어떻게 버틸 생각이셨어요?

◆ 김광진> 이런 저런 것들을 설명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박기영> 5시간 정도 하면 중간에 화장실도 가고 싶을 거 아니에요?

◆ 김광진> 많은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세요. 그런데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보니까 저는 평균보다 짧게 했어요. 제가 5시간 32분을 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기록을 깼다고 많이들 말씀하셨는데 나중에는 다들 9-10시간씩 하니까 평균이 6시간 20분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도 다 그 질문을 받을 거 아니에요. 근데 단 한분도 끝나자마자 화장실 가신 분이 없어요.

◇ 박기영> 5시간 동안 참으세요?

◆ 김광진> 참는 게 문제가 아니고요. 열변을 토하고 나면 진을 다 빼고 나오니까 다른 배출욕구는 잘 안 생기는 것 같아요. 많은 의원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고 오는 거잖아요. 다른 어떤 욕구는 크게 생기지 않더라고요.

◇ 박기영> 필리버스터 하실 때 계속 서서 하시잖아요. 서서 해야 된다는 조건이 있어요?

◆ 김광진> 사실 제가 올라갈 때는 아무도 어떤 규정이 있는지 몰랐죠. 그래서 저는 언론이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죠. 이후 발언자 분들은 개인의 소회도 이야기 하고 넓은 의미에서 국정원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지만, 저는 다른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딱 법안에 대한 설명만 드렸죠.

서있고 하는 것도 5시간 서서 하는 것 힘들죠. 그래서 제가 끝나고 내려왔을 때 힘들지 않았습니까? 물어보셨을 때 발바닥이 아팠습니다…라고 인터뷰를 했더니, 두 번째 주자부터는 운동화를 신고 올라갔죠. 저는 5시간 반 동안 짝다리 한 번 안 짚고 그대로 있었거든요. 뭔가 누군가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요. 근데 혼자 오바했죠.

또 에피소드 중 하나가 제가 필리버스터 첫 주자인데 필리버스터는 중간에 끊기면 안 된다고 하니까요. 필리버스터를 마칠 때쯤 됐는데, 걱정이 되는 거예요. 2번 주자가 단상에 올라온 이후에 내려가야 하는지, 아니면 제가 다음 주자를 호명하고 가야되는 건지, 그냥 내려가면 국회의장이 다음 주자를 불러주는 건지요. 근데 저는 그 시간까지 2번 주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쪽지를 안줬거든요. 만약 제가 룰을 몰라서 바톤터치를 잘못해서 1분 이상 지연 돼서 끊기면 안 되잖아요. 그 염려가 많이 됐었는데 저만 모르는 게 아니라 국회의장도 그 룰을 몰랐기 때문에 제가 그냥 자연스럽게 내려가니까 의장도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을 호명하더라고요.

◇ 박기영> 그럼 그런 형식으로 다음 사람을 계속 호명하게 된 건가요?

◆ 김광진> 그게 룰이 된 거죠. 대한민국 국회의 룰.

◇ 박기영> 근데 국회의장님도 참 힘들 것 같습니다. 필리버스터 하는 내내 거기 앉아계시잖아요.

◆ 김광진> 국회의장하고 부의장 두 분, 총 세 분이서 돌아가면서 하는데요. 사실 의원들의 체력적인 문제도 생기지만 의원들은 한 번 하고 끝나잖아요. 근데 이게 며칠씩 이어지니까 의장단들은 1-2시간마다 교대를 해서 긴 잠을 자지 못하고 며칠간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국회의장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회생기고 처음으로 의장단 말고 상임위원회 의장, 위원장이 대리로 의장지위권을 받기도 했죠.

◇ 박기영>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밤 12시에 실시간 1위 올라간 거 아셨어요?

◆ 김광진> 김광진 힘내라. 검색어가 100만 건 정도 조회가 됐는데 물론 저는 그때는 몰랐죠. 그때는 누가 이 밤에 국회방송을 쳐다나 볼지 생각했죠. 그리고 워낙 염려와 두려움이 많은 상태로 올라갔기 때문에요.

사실 마라톤도 촌놈 마라톤이라고 하잖아요. 초반에 힘을 막 써버리면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마라톤도 연습을 해봐야 10㎞는 어떻게 쓰고 힘 안배를 하는데, 저는 처음 서보는 거고 그렇게 긴 시간 누군가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잖아요. 말의 톤이나 억양, 감정 조절을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요. 2-3번 주자는 저 정도하면 되겠구나 하고 본인에 맞춰서 하게 된 거죠.

◇ 박기영> 저는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광진> 제가 해보니까 남자들 체력으로 보면 9시간, 10시간 정도는 체력적 무리는 없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준비한 자료를 안 가지고 가서 같은 이야기를 두 번 하는 것은 모양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준비된 만큼만 하고 내려왔죠.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 박기영> 5시간, 10시간 정도 하더라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을 염두해두셨나요?

◆ 김광진> 정확하게 시작을 그렇게 하지는 못했죠.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까 정리가 됐고 이렇게 마무리 지어야겠다 하는 생각들이 하게 됐죠.

◇ 박기영> 쪽지 전달 같은 것은 못하게 되어있나요?

◆ 김광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 박기영> 자기에게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거죠?

◆ 김광진>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자료를 아예 수레로 끌고 오는 분도 생겼잖아요.

◇ 박기영> 우리나라 필리버스터는 조금 까다롭네요. 외국이랑 비교를 해서 말씀해주시죠.

◆ 김광진> 우리는 국회법상 보면 의원이 300명인데 재적의원의 1/3이 동의해야 필리버스터가 가능합니다. 100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다른 나라는 대부분 5-10명이 동의하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소수정당에 대한 예우가 약한 상황이거든요. 교섭단체도 우리는 20명이지만 다른 곳들은 3-5명도 교섭단체로 인정해주잖아요. 필리버스터가 결국은 소수자가 지연전술을 하기 위한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에 소수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제도거든요. 그런데 10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닌거죠.

◇ 박기영> 소수는 못하겠네요.

◆ 김광진>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이 신청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 박기영> 그럼 이 필리버스터가 민주당 내에서 의원들이 동의해서 신청하게 된 건가요?

◆ 김광진> 그 때는 의원총회의 결과니까 당론으로, 전체 의원이 동의해서 된 거죠.

◇ 박기영> 그러면 외국의 필리버스터 이야기를 좀 나눠보죠. 지금 우리나라도 필리버스터 해서 스타 되신 분이 김대중 대통령, 외국에서는 샌더스가 있는데요. 필리버스터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소수자의 의견 표현 방법인데요.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었나요? 우리는 며칠 지연은 시켰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잖아요.

◆ 김광진> 필리버스터가 지연을 위해 하는 거잖습니까. 근데 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하셨을 때 체포동의안과 관련한 필리버스터를 했습니다. 체포동의안, 해임안 같은 경우는 시간이 있어서 발의된 후 72시간이 지나면 그 법안의 효력이 상실되거든요. 테러방지법이나 이런 것은 일반 법률이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효력이 상실되지 않아요. 그래서 체포동의안 같은 경우 승리가 가능한 물리적이 시간이 있고, 일반 법안은 아무리 끌어도 법안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외국도 막은 사례는 없습니다.

◇ 박기영> 그러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 김광진> 왜 이렇게 반대를 하는지를 설명할 수가 있죠. 일반적으로 반대토론을 하고 집단 퇴장하거나 이런 상황이지만, 반대토론이 5분 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5분을 국민들이 들어주지도 않고 이슈화 되지도 않죠.

5분은 짧은 시간이니까 정말 왜 문제인지 설명도 하기 어렵고요. 그런데 필리버스터는 긴 시간동안 왜 문제인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길게 설명할 수 있고, 국민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죠, 국회방송 시청률이 국회방송이 생긴 이래 가장 높게 올라가고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때 많은 분들이 열광도 하고 좋아도 했지만, 테러방지법이 나쁘다고 해서 열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였냐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치의 모습이 언론에 의해 편집, 가공된 모습들, 만들어진 모습들만 보여줬었잖아요. 필리버스터로 실제 국회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24시간 보면서 국회, 국회의원들에 대한 진모습을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 박기영> 특히 필리버스터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었잖아요. 스마트폰으로도 보고.

◆ 김광진> 메이저방송들이 잘 중계해주지 않는데 앱으로 볼 수 있게 해준 것들이 도움이 됐죠. 민주주의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면서 학생들이 방청도 많이 왔습니다.

◇ 박기영>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주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의견이 다름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은데요.

◆ 김광진> 제가 의원생활 4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또 불편한 제도라는 거예요. 민주주의를 하면서 효율성을 찾으려고 하면 그건 독재를 하는 거거든요.

사실은 필리버스터만큼 비효율적인게 어딨습니까. 다수결의 원칙이 모든 것이라고 한다면 그게 민주주의의 진리라고 한다면…하지만 그게 민주주의가 아니거든요.

박원순 시장이 엊그제 그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니겠습니까. 재개발 현장에 가서 시장이 대화와 협력을 하려고, 이렇게 밀어버리고 강제퇴거 시키면 시장이 가진 권한으로 못하게 막겠다 했잖아요. 저는 그것도 민주주의의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처럼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의 많은 모습을 보여줬죠.

◇ 박기영> 우리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 김광진> 그게 이번 선거에서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 박기영> 네. 그게 계기가 돼서 젊은이들이 선거에 투표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의원을 많이 당선시킨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광진> 일단 기본적으로 사전투표율로 보면 청년세대의 15%정도 올랐다라고 하는 것이 평가인데요. 민주주의의 성숙도, 헬조선을 타파하자 라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객관적으로는 선거 투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틀이 늘었고, 물리적으로 3일이라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의지를 더 갖게 된 것은 사실이죠.

다만 이번 선거의 결과가 저는 누구도 이기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과 집권당에 대한 심판 때문에 어부지리로 당선된 것이고요. 호남에서는 저희 당에 대한 심판으로 국민의당이 당선됐죠. 말로는 1당이 됐지만, 사실 비례대표에서는 3등 했거든요. 그래서 참패했다는 느낌이 강해요.

◇ 박기영> 김광진 의원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청년 비례대표죠. 청년세대들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 김광진> 제가 청년 비례대표 1기로 들어와서 2기들을 못 만들어 냈는데요.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은 성숙해가고 있는데 정당의 민주화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청년과 청소년을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하잖아요. 근데 미래만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삶들을 같이 보듬어 갈 필요가 있고, 그 모습들을 너무 기성세대 관점에서만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짜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도,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당사자 정치의 모습이 많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기영> 어느 나라나 청년세대 문제에 대해 어려운 문제들이 많은데, 그러면서 정치를 활성화시켜야 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김광진> 네. 대한민국 국회라고 하는 공간이 정치를 활성화 시키고, 정치를 정상화 시켜야죠.

◇ 박기영> 그동안 청년들이 많이 무관심하고 방치한 면이 있죠. 정치인들만의 무대를 만들어버리는.

◆ 김광진> 그게 과연 청년들의 문제일 것인가, 한 번도 청년세대들이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도 없어요. 대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사회인식이 깨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소위 말하는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초중고 때부터 쭉 진행되어야만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거죠.

대한민국 가장 높은 법이 헌법 아닙니까?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렇게 말하는데, 민주는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공화국이 무엇인지를 배워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적도 없어요. 그러니 내가 공화국의 주인으로서 어떤 권리가 있는지 배워 본 적이 없는 거죠. 이 사람들에게 왜 사회에, 정치에, 노동문제에 관심 갖지 않냐고 탓하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해야합니다.

◇ 박기영> 의정활동을 하시며 열심히 한 것 중에 국방이 있었죠. 청년세대를 위해 가장 많이 노력했다, 성과 있었다 하는 것은 어떤 건가요?

◆ 김광진> 국방에만 4년을 해서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요. 국방 관련 사항은 꽤 많이 바꿔나갔죠. 그런데 아쉬운 것은 정치세력화를 해내지 못했다 하는 아쉬움이 있고요.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분들이 저한테 평가하실 때 수조 원의 비행기 얘기도 하고, 수천 억짜리 탱크 얘기도 하시는데요. 그런데 가장 많이 고마워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만 원도 안 되는 수통을 바꿔준 거예요. 물 먹는 수통. 금액으로는 사실 미미한 돈인데 그동안 왜 만 원 짜리 물통하나 바꿔주는 의원이 없었냐 하는 거죠.

◇ 박기영> 쫌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시죠. 수통이야기.

◆ 김광진>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다 느끼겠지만, 수통은 폐기연한이 없어서 실제 6.25 때 쓰던 물통을 지금도 씁니다. 그것을 제가 65만 명의 전 군의 수통을 바꾸는데 추가비용이 25억 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40조의 국방예산 중에서 25억은 정말 작은 돈입니다.

◇ 박기영> 수통을 어떻게 바꾸신 거예요? 옛날 수통하면 철로 된 무거운 수통이었잖아요.

◆ 김광진> 좋은 재질, 신규 재질로 바꾼 거죠. 30-40년 된 수통들이 심지어는 세척 기준도 없어요. 근데 그걸 30년 동안 세척제 한 번 보급한 적이 없는 거예요. 그 안에 모래를 집어 넣고요. 흔들어서 닦는 게 다입니다.

◇ 박기영> 젊은 사람들은 거기에 물 먹으라고 하면 먹기 싫어할 것 같은데요.

◆ 김광진> 그렇죠. 이게 과연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군비를 쓰고 있는 모습인지 싶습니다. 결국은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거대담론이나 자기들이 끼리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누누이 이야기 하는 거죠. 그리고 담요 같은 것도 계속 씁니다. 참 암담하죠. 누가 제대로 씻어주지도 않고 일광소독이라고 햇볕에 말리는 거죠.

◇ 박기영> 냄새는 안 나요?

◆ 김광진> 냄새나죠. 정말 이야기 할 게 많아요.

◇ 박기영> 다음에 군 이야기 제대로 한 번 나누어봐야 할 것 같아요. 수통 바꿔준 기념으로 수통 관련한 팬 모임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 김광진> 제가 임기 얼마 안 남겨놓고 팬클럽을 만들어졌어요. 팬클럽 이름이 김광진의 날개입니다. 팬클럽 창단식이 27일에 국회에서 열리는데요.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초선 비례로 들어가서 대선주자도 아닌데 팬클럽까지 전국에서 구성해주시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 박기영> 네. 오늘 김광진의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이야기로 시작해서 국방위 활동, 수통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이 시간은 준비된 원고 없이 물 흐르듯이 진행할까 합니다.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 김광진> 어쨌든 저도 제 이름이 들어간 방송코너니까 청취율이 많이 나와야 공식백수가 짤리지 않고 CBS에서 여러분을 계속 만날 텐데요. 여러분 많이 들어주시고요. 듣고 난 이후에 다른 분들에게 재방송이라도 들어주시도록 말씀 많이 해주십시오.

◇ 박기영> 오늘 김광진의 필리버스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광진>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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