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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살인, 묻지마 범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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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이유있는 범죄다.
- 여성 혐오 범죄라고도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도 쉽게 단정짓지 말라
- 어떤 안아주는 환경도 없는 우리 사회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
-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 무차별 대상 범죄다.
- SNS에 번지는 애도 현상의 이유 “소수자,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비가시적 보호막이 부족한 사회에서 슬픔의 공감 ”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19일 (목)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서영 교수 (광운대), 배상훈 교수 (디지털대)

 


◇ 정관용>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여성혐오살인, 이런 주장이 부각되면서 지금 사회적으로 큰 논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여성혐오 논란들이 있었죠. 그런데 오늘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서 조사한 결과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이 범행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혐오범죄로 보기는 현재 다소 어렵다’ 이런 발언을 했어요. 이게 무슨 뜻일지 전문가 두 분 차례로 연결하겠습니다. 먼저 정신분석학자이신 광운대학교 김서영 교수 연결합니다. 김 교수님 나와 계시죠?

◆ 김서영>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피의자가 ‘여성이 나를 무시해서 살해했다’ 이런 말을 했어요.

◆ 김서영> 네.

◇ 정관용> 그런데 오늘 경찰관계자는 프로파일러의 면담 이후에 ‘피의자가 진술하는 여성에 대한 반감, 그런 것들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것일 소지가 높아서 여성혐오범행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이런 말을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잘 해석이 안 되네요.

◆ 김서영> 정말 슬픈 사건인데요. 지금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우선 지금 말씀해 주신 대로 경찰 관계자가 이렇게... 지금 잘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말인지. 그렇죠? 피해망상,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것일 소지가 높아서 여성혐오범행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고 이야기했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언론 전체에, 시작도 그렇게 했고 지금도 계속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묻지마범죄라고 되어 있죠. ‘묻지마’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게 두번째일 것이고. 세번째는 우리 시민들이 상당히 많이 이야기하는 ‘그렇지 않다. 묻지마 아니다. 혐오범죄다’라고 이야기하는 그 세 가지의 이야기가 지금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분석적인 입장에서 지금 제가 생각나는 부분들, 이건 우리 공유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들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언론들 왜 자꾸만 묻지마라는 단어 씁니까?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굉장히 언론들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우리 지혜롭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얘기하잖아요, 지금. 묻지마범죄 아니다. 묻지마범죄라는 뜻은 이유가 없다는 뜻이에요. 왜 이유가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까, 언론들? 이거 문제입니다. 시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죠. 이유 있다.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야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고 대책을 이야기할 수 있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 정관용> 맞습니다.

◆ 김서영> 그래서 우리 지금 묻지마라는 단어 쓰면 안 되고요. 그다음에 두번째, 처음에 질문해 주신 그러면 여성혐오범행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건 사실 연결되어 있습니다, 혐오범죄 부분하고. 우리는 지금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들은 이야기,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여성이 나를 무시했다라는 진술 부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서영> 그래서 들었을 때 평소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우리는 지금 동기를 찾고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막아야 하니까. 다시 재범을 막아야 되니까. 그런데 동기를 찾을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표면적인 그 내용입니다. 그래서 혐오범죄, 여성차별 관련된 범죄로 이야기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많은 여성들을 위해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것과 더불어 하나를 더 해야 하는 게 정신분석에서는 그러한 표면적인 내용을 촉발시킨 이면의 사고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속에 뭐가 있었냐, 뭐가 이렇게 하게 만들었냐, 그걸 분석하는 게 정신분석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경찰관계자가 한 이야기, 여성혐오범행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라는 이야기는 그 속에 다른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그 이면에 또 다른 이유들을 다시 우리가 살펴봐야 된다는 뜻일 텐데요. 이렇게 어렵다라고 말하면 문제가 좀 있는 게 우리는 몰라요, 그런지 아닌지.

◇ 정관용> 아직 모른다는 거죠?

◆ 김서영> 네. 이 두 가지를 여성혐오범죄 그렇다, 아니다. 또는 이유가 없다는 말 하면 안 되고요. 그리고 그렇다, 아니다를 확실하게 지금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이면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가서 봐야 되는데 그 속에는 분명히 구조적인 이야기도 같이 나올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저희 정신분석에서 1911년 프로이트 슈레버 정신병 관련 사례가 있는데요. 그 사례에서 보면 이 슈레버의 증상들이죠. 표면적인 이 사람이 하는 일들, 하는 행동들. 그런데 그것들을 설명하는 부분은 아버지로 들어가요.

◇ 정관용>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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