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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낳으면 큰일 나는 세상"…女 표적범죄 증가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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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엘리베이터만 타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말 돌아다니기가 무섭다."

최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이른바 '묻지마 살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모(40·여)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과거 자신도 공중화장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정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여성들이 살아가는 데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대책들은 늘 그랬듯이 안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주영(41·여) 씨도 "요즘 되도록 집 밖을 나오지 않는다"면서 "딸을 낳으면 큰일 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수현(24·여) 씨는 "남자와 엘리베이터만 타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여자란 이유로 범죄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성들 역시 문제의식의 궤를 같이 했다. 맹정하(20) 씨도 "물리적 약자인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새벽 1시 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노래방 여자화장실에서 김모(34) 씨가 아무런 이유없이 A(23·여) 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 강력범죄에 점점 더 노출된 여성…가해자는 20~30대 무직男

모르는 여성이나 여자친구, 자녀(딸) 등 여성을 상대로 감력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모르는 여성이나 여자친구, 자녀(딸) 등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달 이모(37) 씨는 마땅한 직업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1년 동안 동거해 온 3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도 경기도 안산에서 김모(47) 씨가 10대 의붓딸 2명을 흉기로 위협하다가 경찰특공대에 제압당했다.

당시 두 딸 중 한 명은 결국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고, 나머지 한 명도 부상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강력범죄에 노출되는 여성들의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표적이 된 여성 피해자 비율은 33.2%였지만, 지난해에는 34.3%로 1.1% 포인트 늘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데이트 폭력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동안 경찰이 '데이트 폭력' 혐의로 검거한 인원은 모두 26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4.3%나 증가한 수치로, 피해자는 여성이 82.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해자 연령별로는 20~30대가 58.2%로 가장 많았고, 40~50대가 34.8%, 10대는 3.9%로 뒤를 이었다. 직업은 무직이 27.6%, 회사원 20.3%, 자영업 10.4%로 나타났다.

◇ 여성 표적 범죄,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가 만난 비극'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김모(34)씨가 아무런 이유없이 직장인 A씨(23·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서초동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여성 혐오로 인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성 폭력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미비가 결합해 빚어진 비극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탁종연 교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전무한 상태"라며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는 별도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인선 박사는 "데이트폭력은 폭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 신고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여성을 가해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고 분석했다.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찰 관계자도 "가해자가 술에 취하면, 술이 깰 때까지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현행범 체포가 아닌 경우에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경고 정도밖에 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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