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래서 북유럽'은 이민을 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들을 짚어주며 이같은 북유럽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1장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존중 받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 제도,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일하는 모습, 출세보다 ‘의미 있는 삶’을 중시하는 교육 등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상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북유럽 5개국의 기후·역사·언어·문화 등 본격적으로 북유럽이 어떤 곳인지 알아본다. 이민은 여러 형태로 시도할 수 있다. 20대라면 유학, 30대라면 취업, 40대라면 사업 이민을 노려볼 만하다.
3장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이민에 필요한 각각의 구비서류와 비용 등 국가별 요건에 대해 알려준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이민 후 주민등록과 의료보험 가입, 집 구하기, 전화와 인터넷 개통, 운전면허 취득, 은행 계좌 만들기 등 안정적인 현지 정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에 거주 중인 이민 선배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이상향에 가까운 북유럽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이민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한다. 이 책은 이민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환상이나 낭만을 걷어낸 ‘아주 현실적인’ 이민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본문 속으로
핀란드 여성은 임신 4주차가 되면 머터니티 패키지를 받는다. 가로 60cm, 세로 30cm, 높이 30cm의 이 상자를 열면 “당신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선물이 가정에 행복을 줬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편지와 함께 엄마와 아기를 위한 온갖 선물이 담겨 있다. 아기 방한복, 침낭, 기저귀, 머리빗, 손톱깎이, 목욕용 온도계, 칫솔 등 아기를 위한 용품과 유두크림, 콘돔, 엄마 속옷 등 30여종의 물건이 담겨 있다. 핀란드에서 임신한 여성들은 출산 축하금 140유로와 머터니티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95% 이상의 엄마들이 이 선물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_51p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가장 혼잡한 시간대는 오후 4~5시다. 덴마크 시민들은 빠르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거리로 우르르 몰려나온 시민들은 어린이집에 맡겨둔 아이를 찾으러 가거나 각종 여가 활동을 즐기러 간다. 덴마크 사람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매우 중시한다. 오후 6시에는 대부분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이러한 시간을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hygge)’라고 부른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양초를 밝히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때가 바로 휘게다. (…) 북유럽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여가와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대통령, 총리 같은 고위직 인사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이유는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을 인생을 누리기 위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북유럽 사람들, 그리고 직장을 버티는 곳으로 생각하며 평생 버티기만 하다가 쓸쓸히 늙어가는 한국 사람들.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일까.
_62p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해야 한다는 시민 의식도 높다. 스웨덴에서는 자동차 번호만 알면 소유자의 이름, 주소, 사고 경력 등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차량을 얼마에 샀는지 세금 금액과 납부 여부까지 조회할 수 있다. 노르웨이 국세청은 모든 납세자의 연간 소득과 자산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스웨덴은 매년 전국의 모든 납세자들의 소득, 자산 규모를 ‘세금 달력(Taxeringskanlendern)’이라는 이름의 책자로 인쇄해 배포한다. 책자 광고 문구도 놀랍다. “당신 봉급을 다른 사람 소득과 비교해보세요” “곧 연봉 협상 하십니까? 이 책자로 당신 동료가 얼마나 버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 취직하셨습니까? 이 책자는 당신이 얼마를 받아야 할지 도와줍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안다면 이 책자를 통해 그가 얼마나 버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버는지 남들이 모르게 하고 싶다고? 북유럽에서는 누구도 그럴 권리가 없다.
_148p
북유럽 국가들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자기네 공동체의 자격을 얻은 다음엔 결코 실업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북유럽에서는 부득이한 사유로 직장을 잃었더라도 재취업할 때까지 수당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가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알선한다. 한국에서는 직장에서 잘리는 것이 곧 ‘사회적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북유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정리 해고를 할 경우 1년치 연봉, 1년 재취업 교육 책임, 회사 상황이 회복되면 재고용 보장, 창업비 지원 및 컨설팅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도 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국가에서 연봉의 80%를 보장한다. 실업 후 세계여행을 떠나며 재충전을 하는 사람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_150p
원선우 지음/오픈하우스/300쪽/17,000
박영진 작가가 이번에는 스페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 마드리드에 정착해 1년 넘게 살고 있는 저자는 신간 '스페인, 마음에 닿다'를 통해 낯선 여행자와 익숙한 생활자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바라보는 스페인의 진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페인, 마음에 닿다'는 이베리아 반도를 둘러싼 중세 가톨릭 왕국과 이슬람 왕국의 세력 싸움뿐 아니라, 그 훨씬 이전인 기원전 원주민과 로마 제국의 이야기까지 스페인 땅의 역사적 흐름을 꿰뚫는 설명이 더해졌다. 또한 20대의 젊은 헤밍웨이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쓰기 시작한 빰쁠로나의 이루냐 카페, 내전의 아픔과 피카소의 슬픔이 깊게 베인 게르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 디에고와 이사벨이 잠들어 있는 떼루엘,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가 머물렀던 마요르까의 허름한 수도원 등 스페인 곳곳에 숨어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렇게 얽혀진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는 독자들이 그 여행지의 아름다움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연못에 비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야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때를 스페인 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가 아니라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신께 의지했던 겸손하고 신실한 가우디를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유명한 관광지를 다 돌아보는 분주한 일정으로 쫓기듯 걷는 걸음 말고, 어느 한순간에라도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는 일. 그 시선이 발끝을 타고 깊숙한 내면으로 흘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평범한 경건의 체험.
책 속으로
마드리드는 여느 유럽의 도시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시내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언제든 고야와 벨라스께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거리의 예술가가 넘쳐 난다.
당신이 만약 마드리드든 바르셀로나든 아니면 프랑스 남부의 국경 근처 어딘가든 스페인 여행의 발걸음을 내딛는 곳에 있다면, 이제 보물섬 입구에 서 있는 탐험가나 다름없다. 어떤 상자를 열건 거기에는 보물이 가득할 것이다. 상자에서 그란 레쎄르바 등급의 리오하 와인이 나왔다면 그곳은 아마도 스페인 북부 바스꼬 지방 어딘가일 것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성당이 보인다면 그곳은 분명 바르셀로나일 것이다.
_프롤로그. 「열정의 보물섬, 스페인에 오르다」 중에서, p.17~18
광장을 지나 도로 위를 터벅터벅 걸으며 작은 상점들이 빼곡한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스타카토처럼 내 귀에 울리던 그들의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진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가 되고 절반 이상의 상점들이 씨에스따(siesta, 점심 이후에 자는 낮잠) 시간에 맞춰 달콤한 휴식에 들어간다. 평일 오후의 스페인의 옛 수도 똘레도는 고요했다.
중세 시대를 상징하는 돌길에 발을 디디며 걷다 보니 시간이 마법을 부려 아득히 먼 중세 시대로 나를 데려간다. 저 멀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중세 시대에 살던 똘레도의 상인들이 소꼬도베르 광장 쪽으로 곡식을 실어 나르고, 산또 또메 성당을 향해 걸어가는 여인들은 얼마 전 크레따 섬에서 온 화가 엘 그레꼬를 이야기하며 소곤거린다. 알깐따라 다리 뒤로 보이는 아스라한 지평선. 그 위로 로시난떼를 탄 돈 끼호떼와 산초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_챕터3. 「엘 그레꼬가 사랑한 도시, 똘레도」 중에서, p.38
메수아르에서 아라야네스 중정(Patio de los Arrayanes)을 통 하면 꼬마레스 궁(Palacio de Comares)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대사의 방(Sal?n de los Embajadores)이다. 말 그대로 그라나다 왕국을 방문한 주변국의 대사가 왕을 알현하는 장소였다. 이곳은 그야말로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보여 준다. 난 여기서부터는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고 그나마 찍었던 사진들도 죄다 흔들렸거나 기울어졌다. 사진의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할 만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만큼 이곳은 이전에는 상상도 해볼 수 없었을 만큼 섬세하고 경이롭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스페인 곳곳을 여행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에서 단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그라나다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헤밍웨이의 말도, 알암브라 궁전이 이슬람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말도 비로소 이해된다.
_챕터6. 「무어인들이 세상에 남긴 최고의 걸작, 알암브라」 중에서, p.88~89
시내 중심에 주차하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내가 본 게르니까는 스페인의 다른 도시들과 다를 게 없었고, 바스꼬 지방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에 맛있는 타파스 가게들이 가득했다. 길거리에 뛰어노는 순진한 바스꼬 아이들과 카페 앞에서 커피와 츄러스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주부들, 바스꼬 전통 모자를 쓰고 지나가는 할아버지.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은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80년 전의 그날도 이렇지 않았을까? 곧이어 닥칠 끔찍한 재앙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공부하고, 시장에서 장을 보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게르니까 주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걸어서 10분이면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게르니까에는 당시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린 방공호도 있고, 융단폭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성당들과 의사당 등을 볼 수 있다.
_챕터17. 「게르니까, 참상을 극복한 사람들」 중에서, p.214~215
예정에 없던 순례길이다. 편한 등산화도 없고 순례길의 필수품인 우산과 지팡이도 없다. 이렇게 떠나도 되는 걸까? 어느새 나는 순례길을 걷고 있다. 순례길에 있는 노란색 화살표만을 의지한 채 지도도 없이 마냥 길을 걸었다. 얼마나 많은 순례자가 이 길을 걸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이 감동으로 다가오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가 넘친다.
프랑스의 생 장(St. Jean)에서 출발하는 순례길은 삐레네 산맥을 넘어서면 빰쁠로나가 나오고 이후로도 부르고스와 레온 등 큰 도시들이 중간에 있지만, 사리아부터는 큰 도시들도, 이렇다 할 관광지도 없다.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_챕터25. 「사리아에서 떠나는 5일간의 순례길」 중에서,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