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작가의 장편소설 '새별이 이마에 닿을 때'는 사랑에 대한 관습적 이해에서 탈주해 사랑의 실재를 되짚어보고자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삶을 비추는 소망, 사랑, 진심 등의 언어와 표상에 집중해 그 이면을 뒤집어본다. 세 남녀의 사랑은 폭풍의 눈처럼 긴장과 고요 속에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얼굴도 바뀐 채 사랑하는 친구와 그 연인의 보살핌을 받던 중 불현듯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한 여자와, 자신의 연인이 친구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또 다른 여자,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이들의 순수한 열망은 영원할 수 있을까?
사고로 인해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아프리카 꼬마로부터 말린 쥐가 기억 회복을 도와준다는 말을 들은 수는 깊은 밤, 쥐를 씹다가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리를 안다는 것. 입양 가정에서 열두 살에 버림받은 수는 단짝 친구인 엘린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와의 행복한 나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돌아온 기억을 다시 비밀로 묻어둔다. 하지만 엘린과 리는 각자의 정보원을 통해 수가 리의 연인이었으며, 말라위에서 테러를 당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수의 기억이 돌아온 줄 모르는 이들 역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게 된다.
어느 날 엘린은 소원이 이뤄진다는 두 개의 크고 깊은 돌 구덩이 '은라의 눈'에 다녀오자고 제안하고, 세 사람은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여정에 오른다. '은라의 눈'으로 안내한 가이드는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세 사람 중 누구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소원을 빌고 온 후로 갑자기 날카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수와 엘린, 리의 관계는 극렬히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본문 중에서 수는 그날의 햇볕을 잊지 못했다. 햇볕 없이 그날의 브램블 숲도 장래의 꿈도 떠올릴 수 없었다. 햇볕 때문에 브램블 숲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고 햇볕 때문에 장래의 꿈이 여물었다.
하늘은 맑고 높았다. 데니 야드가 온통 신록으로 물들었다. 햇살이 가시넝쿨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수와 엘린의 맨어깨가 뜨거워졌다. 햇빛 때문에 둘은 웃었고 햇빛 때문에 행복했다.
빛 때문이었다. (……) 엘린은 수의 가슴 위에 엎어진 채 수를 내려다보았다. (……)
서로 응시할 뿐 꼼짝하지 않았다. 잠깐이었으나 그토록 기묘한 순간은 그 전에도 그 뒤에도 없었다.
수는 두려웠다. 하늘에 닿아도 결코 끝나지 않을 아득함이 엘린의 작은 얼굴에 드리웠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수는 알지 못했다. 기분 나쁘지 않은 두려움이 조용히 몸을 관통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뒀을 뿐이다. (……)
그 뒤로 수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었고 아버지와 멀어졌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으며 수는 어머니와 두 번 이별했다. 그럴 때마다 5월의 햇빛과 기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냥 왔다 가버린 순간이 아니라 수와 엘린에게 엄청난 힘을 주고 간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는 여러 차례의 혹독한 이별을 이겼다. ―<그 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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