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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시오!" vs "이런 걸 왜 해?", 교단의 극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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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을 강요하는 교단의 민낯] ③

대한민국 교단에 민주주의는 없다. 교사들을 줄세우는 서열문화는 군대와 다를 바 없다. 교장은 최고 권력자로서 전권을 휘두른다. 각종 위원회와 회의로 포장된 협의 테이블은 '상명하복'이 전부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복종을 강요받는 교사들과 그로부터 배우는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민주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초임이 어딜 감히…" 만년 콩쥐신세 신참교사
②"긴급 조치 1호 '연애 금지'", 교장이 곧 '법'
③"줄을 서시오!" vs "이런 걸 왜 해?", 교단의 극과극
④"함께 결정하고, 함께 지켜요"…학교가 변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올해부터 3학년을 대상으로 세계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좋은 취지와는 달리 교사들은 불만이 많다.

실상은 이랬다.

신학기 시작과 함께 연구부장이 3학년 담임 교사들을 모아놓고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시대적 흐름으로 봤을 때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담임들은 마땅히 반대할 명분도 없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수업 몇 시간만 하면 된다"는 부장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게다가 단순히 수업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던 것.

교사들은 그때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승진이 얼마 안남은 연구부장이 점수를 잘 받으려고 교육청에서 이미 예산을 따놓은 사업이었던 거예요.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애먼 일까지 떠안게 된거죠."

그렇다고 3학년 모든 교사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 중 연구부장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교사 3명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간다.

"억지로 하는 거죠. 젊은 교사들 두세 명이 실적을 내는 거예요. 나머지 고참 선생님들은 이런 건 줄 처음에 알았다면 아마 반대하셨을 거예요. '이런 걸 왜 해' 하고요. 하지만 하기로 했으니 안할 수는 없고, 만들어 놓은 것을 받아서 시늉만 하는 거죠."

서울의 또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승진을 앞둔 교감이 국악동아리 예산을 따왔지만, 아무도 맡은 사람은 없다.

결국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지만 승진 대상자인 한 부장교사가 떠안게 되는 식이다.

이 학교 한 교사는 "승진을 하고 싶어하는 교사가 마구잡이식으로 사전에 협의도 없이 사업을 따온다"며 "그러고 나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학교에서 가장 약한 교사들에게 그 일들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 승진이냐, 보신이냐…제왕적 교장 체제가 낳은 극과극

승진을 향해 물불을 안가리거나, "나만 편하면 된다"는 교사들. 어찌 보면 극과극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제왕적 교장 체제를 거치면서 개인주의가 습성화된 우리 교단의 자화상이다.

이런 구조속에서 희생은 늘 나이가 어리거나 싫은 소리를 못하는 교사들의 몫이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교사들은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어떤 일이든 "나만 아니면 된다"가 뇌리를 지배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 전체가 민주적으로 운영이 안되니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자기 의견이 반영 되는 게 별로 없어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집단적 협의 체제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요행을 바라거나 개인적 방식을 찾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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