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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엉덩이 산수, 비엔날레를 엿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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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리우 웨이 개인전 '파노라마', 플라토 미술관

'풍경처럼' 6점 중 2점. Looks Like a Landscape 2004 Archival inkjet print 6 panels, 200 × 120 ㎝ each ⓟ Sang Tae kim

 

중국 작가 리우 웨이(44)의 플라토 미술관 개인전 '파노라마' 출품작들 가운데 풍경을 의미하는 제목들이 두드러진다. 이 전시에는 '보라색 공기', '동녘', '파노라마', '풍경처럼' 등의 제목이 등장한다. 이들 네 작품 중 '풍경처럼'은 사진 작품이고, 다른 세 작품은 회화 작품이다. 이들 회화작품은 컴퓨터 디지털 스케치를 활용한 것이다. '보라색 공기'는 디지털 스케치를 한 다음 숙련되지 않은 그의 조수들이 옮겨 칠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동녘'은 작가가 제작한 패턴을 활용하면서 붓질이 아닌 스프레이 페인팅 기법을 사용했다.

'보라색 공기' Purple Air 2016 No.1

 

'보라색 공기'는 분홍색을 주조로 보라색과 하늘색, 연두색, 초록색,검정색, 회색 등 다양한 색상들이 대발처럼 배열되어 있다. 왜 제목이 '보라색 공기'인가? 이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보라색 공기'는 한자로 紫氣(자기)이며, 고대 풍수학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의미한다. 저기 저편 먼 곳에서 퍼져나오는 아침의 기운, 생기발랄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현실의 상황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질서정연하지 않다. 생기발랄함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인데, 개인은 무기력하다."고 설명했다.

색은 리우 웨이에게 상징으로 작용한다. 그의 설치작품 '하찮은 실수'에서 낡은 창을 재료로 사용하며 군녹색(국방색)과 미색을 활용하는데, 각기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군녹색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특유의 녹색으로 공공기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점차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미색은 병원과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군녹색과 미색은 체계와 규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와 규율을 상징하는 색상의 폐목재들은 작가에 의해 재조립돼 성당,첨탑 등의 형상으로 재탄생한다.

'하찮은 실수' No.1 앞세 선 중국 작가 리우 웨이 ⓟHyunsoo Kim

 

'하찮은 실수' 연작 중 No.1은 한 가운데 두겹 육각형 구멍이 시선을 잡아끈다. 이 대목에서 '하찮은 실수'라는 제목이 연상되며 작가의 의도가 이게 아니었을까라는 느낌이 온다. "이건 실수야! 이성이라는 괴물을 잘못 낳았어." 두겹 육각형은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고, 직선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폐목재들은 과학기술, 자본주의,국가주의, 관료주의 등 이성과 과학이 낳은 현대물질문명의 폐해를 의미하리라. 작가는 이러한 폐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생태계의 탄생을 꿈꾼다. 녹색과 미색으로 상징되는 규율권력을 해체하고 보라색의 상서로운 기운이 넘치는 생기발랄함의 세계를. 여성의 성기는 이성의 괴물을 낳기도 했지만, 다시 생기발랄함을 잉태하기도 하는 모성의 은유이다.

'풍경처럼'(맨 위 작품) 역시 강한 역설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여섯 점의 큰 흑백사진은 멀리서보면 봉우리들이 아름다운 산을 그린 수묵화 느낌이 난다. 마치 봉긋 솟은 봉우리들이 굽이굽이 펼쳐진 중국 계림의 이강 산수화처럼. 그런데 이 작품에서 봉우리를 구성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사람의 엉덩이다.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허리를 굽힌 여러 사람들의 높낮이를 달리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풍경처럼'은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에 출품한 것이다. 당초 이 작품을 출품하려 했던 게 아니다. 작가가 처음 출품하고 싶었던 것은 기차 안에 가벽을 설치하고 그 뒤에 참여가 허가되지 않은 작품을 전시하는 구성이었다. 그 의도는 기존 미술체제의 틀을 깨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이 작품 전시가 무산되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동안 주최측이 작가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지했었기 때문에 작가는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결국 '풍경처럼'이라는 명백히 의도적인 작품을 출품한다. 이 작품은 자연 풍경처럼 보여서였는지 출품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그 의도란 비엔날레 주최측에 대한 항의이다. 엉덩이를 까고 상대를 향해 들이민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조롱의 표시이다. 작가는 조롱한다. 현대미술계의 자기혁신 메세지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최측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이 뿐일까? '풍경처럼'에 등장하는 둔부들에는 산모기가 한마리씩 붙어있다. 작가는 이 산모기 배치에 특별한 의도가 없다고 했다. 관객인 필자는 상상한다. 이 산모기가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어, 작가들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현대미술계를 비유한 건 아닐까. 더 나아가 현대물질문명의 화려한 이면에는 대다수 가난한 인민들의 피땀을 착취하는 자본이라는 산모기가 들러붙어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마천루 빌딩의 뒷골목에는 농민공들의 피혜함이 존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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