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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웅혼한 기상, 25년에 걸쳐 화폭에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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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환영_이숙자'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이숙자 작가와 그의 작품 '백두산', 1992~2001, 순지에 암채, 227.3x1454.4cm

 

이숙자(74) 화가의 그림 '백두산' 연작은 백두산의 웅혼한 기상을 표현하고자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이다. 1942년생인 이 작가는 50살이 되던 해인 1992년, 본인의 화두였던 '한국적 민족혼'을 구현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기고자 백두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이 50이 되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한국화와 채색화를 제대로 그려보고자 한 목표가 실현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이만 먹다니. 백두산 그림을 성급한 마음에 시작해 1년 정도 작업을 했지만 가보지 않고 그리려니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999년 북한에서 원로화가 10명을 초청해 백두산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 때 감동이 참 크다. 그냥 산이나 풍경, 호수가 아니고 가슴 깊이 울려나오는 웅혼한 느낌이 들었다. 스케치와 자료수집을 많이 했다." 이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담은 14.5m에 이르는 채색의 '백두산'(1992~2001)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백두산을 처음 구상한지 10년만에 완성한 것이다.

'백두성산' 2014~2016, 순지에 암채, 227.3x909cm

 

백두산은 이 첫 작품을 완성한지 15년 후에 두번째 대작으로 탄생한다. 최근까지 2년여 걸친 작업 끝에 완성한 '백두성산'(2014~2016)은 흰 눈 덮인 백두산의 모습을 담았다.

산 전체가 흰 눈에 덮인 자태는 마치 구름이 산정으로 살아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듯하고, 흰 눈의 골 사이사이로 비치는 푸른 호수의 빛은 영험하고 신령스러운 기운을 풍긴다. 산 전체를 하얗게 그린 까닭은 백두(白頭)가 흰 머리를 의미하는데, 작가가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 '흰 머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리밭', 여성 누드화로 많이 알려진 이숙자 화가의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5일 개막한다.

이 작가는 채색화의 정통성과 한국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가 1963년에 국전에 입선한 이래 50여 년의 작품 활동에서 그 바탕이 되었던 '한국적 정서'는 어떤 것일까. 24일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는 한국적 정서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과거에는 한에 치우쳤지만 현재는 역동적이다. 초기의 한국적 정서는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자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80-90년대에는 국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적 정서가 속도감 있고, 자신심과 활력이 넘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건 민주화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IT 강국으로서 한국의 현재적 정서는 자신감이 확대되고 다이내믹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석보상절- 뒷풀이', 1999, 순지에 암채, 162.1x260.6cm 역동적 기운을 상징하듯 보리열매가 싱싱하다.

 

그는 한국적 정서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래서 작가로서 한국적 정서를 나름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로서 생존에 쫓기다 보니 내면에 숙성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다. 어떤 면에서는 표면적이고 또는 과장이 될 수도 있어, 한국적 정서가 작품에 표현되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 50년 작품하는 동안 작가로서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나." 작가의 진솔한 자기 성찰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백두산' 연작과 같은 필생의 작품이 탄생한 것일까.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소재와 여성 누드로 구분된다. '민예품', '보리밭', '한글', '백두산', '소' 등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소재를 다룬 50여점이 선보인다. 또 원죄를 짓기 이전이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이브' 시리즈 작품 1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 기간: 3.25- 7.17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전시실
출품 작품: 60여점의 작품 및 드로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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