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신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4명은 취임 첫날인 21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성장 우려 속에서 통화정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신임 금통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열린 임명장 전달식에서 이 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한은 추천으로 선임된 이일형 위원은 "지난 30년 간 통화정책을 수립하기 가장 힘든 시기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나 하는 부담감이 상당히 엄습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난 이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하는 등 대외경제 전문가다.
조동철 위원은 "친정부 비둘기로 되어있는 조동철"이라며 "나이도 좀 들고 이제 몸무게가 늘어서 잘 못 납니다"라는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얘기하는 것과 달리 안에서 할 때는 굉장히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는, 어제 오늘 잠자기가 힘들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 한국은행의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기획재정부가 추천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수석이코노미스트,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지냈다.
고승범 위원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가까운 파트너였던 한국은행과 일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인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인 고 위원은 금융감독위에서 감독정책과정, 기획행정실장, 금융위 사무처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이다.
신인석 위원은 "경제학 공부를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으로 시작했고, 외환위기 때 국제금융쪽을 하다 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스템이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본시장 쪽을 봐오다 이제 다시 통화정책 관점에서 금융을 볼 기회가 생겨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 재임 중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을 받은 신 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국민경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사말에서 지금 우리 경제가 국내외 적으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비동조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와 유가 향방의 불안, 브렉시트 가능성 등 수많은 불안요인도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내적으로는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세 지속으로 경기회복이 여전히 미약한 데다 인구고령화와 가계부채의 누증 등 우리 경제에 안정적 성장을 제약하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 기조 위에서 견실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러한 때 훌륭한 금통위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감사히 생각하며, 갖고 있는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