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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판사 "비행소년과 9일간 제주 걸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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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영태(부산가정법원 판사)

두 사람이 가운데 발을 묶고 마치 한 몸처럼 걷는 2인 3각달리기 여러분 아시죠?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사람끼리 묶어도 움직이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그런데 가정법원의 판사와 그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보호소년이, 어찌 보면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함께 제주도 도보 여행을 다녀와서 화제입니다. 여행 이름이 2인 3각 도보여행이에요.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정영태 판사 연결해서 직접 들어보죠. 정 판사님 안녕하세요.

◆ 정영태>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여독은 좀 풀리셨어요?

◆ 정영태> 집이 제일 좋은 것 같더라고요. (웃음) 나가면 고생이란게 분명한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웃음) 하루에 몇 시간씩 걸으셨길래요?

◆ 정영태> 저희 프로그램 자체가 하루에 한 6시간에서 7시간 이렇게 해서, 한 15㎞~20㎞ 정도 걷는 겁니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 자체가.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8박 9일이니까…총?

◆ 정영태> 150㎞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여행 이름이 2인3각 도보여행이잖아요. 그러면 진짜로 판사님하고 그 청소년 두 사람이 발을 묶고 걸은 겁니까?

◆ 정영태> 당연히 그건 아니고요. 그냥 걸어도 힘들기 때문에 (웃음) 그렇게 하지는 않고요.

◇ 김현정>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제가. (웃음)

◆ 정영태> 긴 여행 할 때 한마음으로 가라고 해서 2인 3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제주에서 2인 3각 도보여행 중 (사진=부산가정법원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보호소년 한 명하고 멘토 한 명이 떠나는 도보 여행. 맨 처음 정영태 판사님한테, 이른바 우리가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르는 그 청소년하고 단 둘이 제주도를 다녀와라 했을 때 처음 딱 들었을 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 정영태> 저는 사실 이 프로그램 얘기를 듣고 상당히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사실은 저보다 아이가 문제였겠죠. 아이가… (웃음) 판사하고 9일 동안 같이 생활하라고 하니까. 같이 갔던 애한테 물어보니까 다시 가출을 해야 되나 그런 고민까지 했었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이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자진해서 간 게 아니라 갔다와라 떠밀어서 갔다 온 거죠?

◆ 정영태> 그렇죠. 그냥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있는 애들도 갔다오라고 하면 잘 안할 것 같은데요? (웃음)

◇ 김현정> 하긴 그래요. 거기다 생전 처음 보는 판사님하고 8박 9일 도보여행을 하라고 하면 사춘기 아이들한테 쉬운 일이 아니었겠어요. 그렇게 해서 어찌어찌 여행을 가게 됐는데 남자 판사님과 10대 청소년이 얼굴 처음 보는데, 만나서 걸어요... 그러면 무슨 할 얘기가 있습니까?

◆ 정영태> 아이가 정에 많이 굶주린 애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사실 갈 때 워낙 어른들한테 잔소리 많이 들었을 테니까 절대 잔소리하지 말고 그냥 걷기만 하자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오히려 이런 저런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아이가 이제 드라마 ‘태양의 후예’라는 TV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특전사 이야기도 하고.

◇ 김현정> 군대 다녀온 얘기도 막 해 주시고?

◆ 정영태> 네, 맞습니다. 또 연애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축구 얘기도 하고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남자 둘 모이면 으레 하는 축구얘기 군대얘기 여자친구 얘기 이런 거 다하신 거네요?

◆ 정영태> 네. 그렇죠. 똑같이 그렇게 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가 되셨어요. 잊지 못할 추억 많이 만드셨겠는데요?

◆ 정영태> 여러 가지 기억이 많이 나는데요. 첫째 날에 레스토랑에 들어갔어요. 식당에 들어갔는데 돈까스를 사줬어요. 그런데 애가 그러는 거예요. '이런데가 레스토랑이냐'고 하더라고요. 애가 그전에 이런 데 한 번도 안 와봤던 거예요. 되게 좀 마음이 짠했던 생각이 나고요.

◇ 김현정> 돈까스 먹는 레스토랑이면 대단한 것도 아닐 텐데요?

◆ 정영태> 그건 아니었죠. 아이가 이제 경제적 환경이 상당히 어렵고 여러 가지 환경이 어려운 데서 컸어요. 그래서 그게 되게 짠했고 8일째 되는 날에 아침에 깨서 새벽이 우도에 가야 되는 스케쥴이 있었는데, 아이가 애가 일어나지를 않는 거예요. 저 녀석을 강제로 깨서 끌고 가야 되나, 어떻게 하나 하다가 나 혼자 가자, 해서 갔다왔는데요. 아침에 다시 같이 걷는데 애가 밉잖아요. 말도 잘 안 듣는 것 같고 그냥 이렇게 걷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여행 첫날에 손수건이 필요할 것 같아서 걔한테 아이한테 손수건을 하나 준 게 있었는데 손수건을 한 번도 안 썼어요. 그런데 그 날 이상하게 아이가 꺼내더니 ‘이거 학교 가서 잘 쓸게요.’ 그러면서 갖고 있던 과자 이렇게 좀 주더라고요. 애가 갖고 있던 과자를 주더라고요. 사탕 같은 거. 그때 이제 마음이 좀 짠한 게 있었습니다.

◇ 김현정> 참 뭉클하네요.

◆ 정영태> 되게 착해요.

제주에서 2인 3각 도보여행 중 (사진=부산가정법원 제공)

 

◇ 김현정> 그 여행을 다 마치고 나서 아이의 눈빛은 맨처음하고 좀 달라졌던가요?

◆ 정영태> 사고치지 않겠다고 약속은 했고요. (웃음)

◇ 김현정> 고맙네요, 사고치지 않겠다. (웃음)

◆ 정영태> 사고치지 않겠다는 약속은 했고 자기도 이제 후원을 많이 받았으니까 자기도 크면 자기도 꼭 후원, 꼭 한 번이 아니고 자기도 후원하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애가.

◇ 김현정> 뭉클하네요. '나도 이렇게 도움 받았으니까 판사님, 저도 나중에 크면 많은 사람 도와줄게요' 이거면 된 거죠. 뭘 더 바라겠습니까?

◆ 정영태> 그렇죠, 맞습니다.

◇ 김현정> 판사님, 여행 갔다 온 걸로 딱 그치지 마시고 이 아이 모습 자라나는 모습 계속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정영태> 예,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끝으로 같이 여행 다녀온 아이한테 한 말씀, 하고 싶었는데 낯간지러워서 못한 말씀 있으시다면 한 말씀 건네시겠어요?

◆ 정영태> (웃음) 잘 지내지? 지난번 얘기했던 것처럼, 다음에 우리도 제주도 꼭 렌트카로 멋지게 달려보고… 꼭 그렇게 하자. 정말 사랑한다. 힘내고 잘 살아, 파이팅!

◇ 김현정> 파이팅!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진짜 어른돼서, 우리 아이가 어른돼서 렌트카 타고 자동차 뚜껑 열고 신나게 한번 달려보십시오.

◆ 정영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부산가정법원 정영태 판사와 정말 훈훈한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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