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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7단계면 뭐하나…청사 보안 매뉴얼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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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공시생 앞에 7단계 매뉴얼 무력화...세월호 판박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오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년이 되는 날이다.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또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준 어처구니 없는 참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해 전 국민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의 정부청사 침입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

청와대의 한 전직 고위직 인사는 "세월호 사건 때 거짓말처럼 21단계의 매뉴얼이 모두 작동하지 않으면서 대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번 정부청사 침입사건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때 안개 속 출항 강행과 화물 과적, 부실 고박, 진도VTS의 부실 관제, 해경의 초기 대응 실패 등 어느 것 하나 매뉴얼대로 되지 않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는 것이다.

 

공시생의 청부청사 침입사건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청사 방호와 PC의 정보보안 등 7단계가 거짓말처럼 뚫리면서 매뉴얼이 무력화되는 바람에 터진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1단계로 공시생 송모(26)씨가 2월 28일 일요일 오후 정부서울청사로 귀대하는 의경들 틈에 끼어 우루루 청사 후문 철문을 통과할 때부터 불행의 씨앗이 잉태됐다.

정부청사 출입증 없이도 송씨가 정부서울청사 내로 들어오면서 국가중요시설 '가'급(최상급)으로 분류되는 정부청사의 허술한 방호 문제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송씨가 서울청사 1층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사혁신처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출입증을 가지고 스피드게이트틀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송씨는 서울청사 1층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출입증을 3장이나 훔쳐 인사혁신처 사무실 잠입에 성공하게 된다.

 

체력단련실 개인사물함에 시건장치만 돼 있었어도 송씨의 희대의 범죄를 막을 수 있었지만 2단계도 너무 허무하게 뚫리고 말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출입증을 분실한 공무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분실신고만 즉각 했어도 송씨가 훔친 출입증으로 정부청사를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제 때 분실 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송씨는 훔친 출입증을 이용해 유유히 청사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3단계의 매뉴얼이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송씨가 절취한 출입증을 이용해 청사 사무실에 가려고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었지만 4단계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다.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할 때 출입증을 태그하면 스피드게이트 위에 있는 모니터에 출입증 소지자의 소속 부서와 사진, 이름이 뜬다.

청사 방호 직원들이 모니터의 사진과 송씨의 얼굴을 꼼꼼하게 대조만 했어도 송씨가 훈친 출입증을 가지고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들통날 수 있었다.

5차례나 정부서울청사에 무단 침입했던 송씨가 맞닥뜨린 5단계 관문은 정부서울청사 16층에 있는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에 침입하는 것이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모르면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도어락 옆에 친절하게 비밀번호가 적혀 있어서 송씨는 쾌재를 부르며 사무실에 침입하게 된다.

 

마치 '자물쇠 옆에 열쇠를 놓아둔 격'으로, 송씨가 너무도 편하게 사무실에 침입하게 되면서 5단계의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됐다.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공무원 PC의 다중 정보보안망을 뚫고 시험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채용관리과 담당자 2명의 PC에는 국정원의 보안지침에 따라 반드시 설정해야 하는 컴퓨터 부팅 단계의 비밀번호인 CMOS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 않았다.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PC 보안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6단계의 매뉴얼은 사문화된 매뉴얼이 되고 말았다.

송씨는 3차례에 걸쳐 인사혁신처 PC 접속을 했는데, 주로 심야시간대에 텅빈 사무실에서 PC 작업을 하고 있다 3월 6일에는 순찰 중이던 청사 방호 직원과 맞닥뜨리게 된다.

제대로 매뉴얼이 작동했다면 송씨는 청사 방호직원에 의해 침입자라는 사실이 적발돼 정부청사습격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건은 예방할 수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청사 방호직원은 "당직자가 몇 명이냐고 묻고"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송씨를 두고 사무실을 떠나며서 7단계의 매뉴얼도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청사에 무단 침입해 정부 PC 내에 있는 시험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을 추가한 '희대의 범죄'는 매뉴얼대로 운영됐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정부는 사건이 터진 후 청사 방호와 PC의 정보보안을 위해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행정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는 국가의 위기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국민안전처를 출범시키는 등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범국가적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2주기를 목전에 두고 세월호 사고 처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던 20대 공시생의 정부청사 침입사건이 터지면서 연일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결국 세월호 사건의 '판박이'인 정부청사 침입 사건과 같은 유사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정해진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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