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에 침입해 공무원 시험점수를 조작한 송씨가 재학중인 제주에 있는 A대학교. (사진=제주 문준영 수습기자)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침입해 7급 공무원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송모(27)씨가 지역인재 선발시험 문제지 절취에 이어 자격요건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경찰도 바빠지고 있다.
경찰은 송씨가 지역인재 선발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추천 자격요건인 '한국사검정시험'과 '토익' 시험에서도 약시(弱視) 허위진단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12일 밝혔다.
송씨가 다니는 제주 A대학은 학과성적 상위 10%, 한국사시험 2급 이상, 토익점수 700점 이상을 선발시험 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제주 A대학에 다니는 송씨의 전학기 평균점수가 '학과수석'이라는 CBS노컷뉴스의 단독 보도 이후 제주도에 수사관들을 급파해 성적 조작 여부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관련 기사 : 2016년 4월 9일자 [단독]신출귀몰 공시생은 '학과수석'…대학성적도 조작됐나)송씨가 재학중인 제주 A대학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송씨의 전학기 평균점수가 학과수석이어서 지역인재 선발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졌다"고 확인했다.
◇ 정부서울청사와 출제학원 침입한 송씨, A대학은 안전했을까?11일 제주도에 내려간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관들은 A대학 학과 행정실과 취업전략본부 등에 수사 협조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송씨의 해당 과목 담당교수 확인서와 답안지 사본, 교수명단 및 연락처, 출석인정 신청서 및 증빙서류 일체를 1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담당교수 확인서에는 답안지 재확인과 성적처리 적절성 여부, 시험지 유출 여부 등의 내용이 담기는 등 경찰은 사실상 송씨의 재학중 성적을 모두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인사혁신처에서 시험점수를 조작하고 또 지역인재 선발시험 문제지까지 훔친 송씨의 학과 성적이 '톱'이라는 게 석연찮다는 것이다.
특히 송씨가 지역인재 선발자격인 토익점수와 한국사검정시험도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만큼 학과성적 조작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A대학 교수실과 행정실 출입문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송씨는 지난달 24일과 26일 정부서울청사 내부 벽면에 씌여져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성적을 조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송씨가 다른 방식으로도 사무실 비밀번호를 해제하려고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A대학 학과장실이나 교수실 비밀번호도 같은 방식으로 해제해 침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대학교 교수실 등은 인사혁신처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비밀번호 도어락으로 운영되고 있어 송씨가 학과시험 문제지를 훔치거나 시험 직후 침입해 점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대학의 한 교수는 "시험출제와 채점, 점수 입력은 대부분 교수들이 직접 수행한다"면서도 "조교들을 시켜 하는 교수들도 가끔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가 소속된 학과 교수실에 설치된 비밀번호 도어락. (사진=제주 문준영 수습기자)
◇ 송씨 진술 신빙성도 갈수록 떨어져경찰에 구속된 송씨의 진술 태도 역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2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인사혁신처에 5차례 침입한 송씨는 지난 4일 새벽 제주도에서 검거된 이후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한 사실만 털어놨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지역인재 선발시험에서 평균점수 81점(전국 2등)을 받은 송씨가 본시험에서는 과락을 겨우 면한 45점을 받아 선발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경찰 수사가 집중되자 감춰진 사실을 털어놨다.
(관련 기사 : 2016년 4월 8일자 [단독] 정부 턴 공시생, 지역자체 선발시험도 조작의혹)경찰이 선발시험과 본시험 점수차가 크게 난 이유와 선발시험 출제학원 근처에서 배회한 이유를 집중 추궁하자 송씨는 지난 1월10일 문제지를 훔친 것을 자백했다.
이후 선발시험 응시자격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그제서야 약시(弱視) 허위진단서를 제출해 시험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한국사검정시험과 토익 시험을 치렀다고 털어놨다.
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무단침입해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시킨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자백한 게 아니라 언론 보도와 경찰 수사가 조여오고 더이상 물러날 여지가 없을 때만 자백을 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처음에는 인사혁신처 침입 경로와 시간 등을 자포자기 상태로 진술했다"며 "하지만 의혹 추궁에는 함구하다가 결국 사실로 밝혀지는 등 현재는 진술 신빙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송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인 경찰은 제주 A대학으로부터 확보한 학과시험 채점표와 성적표, 담당교수 확인서 등을 토대로 송씨가 자력으로 학과수석을 차지했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