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모 중학교 컴퓨터실에는 2006년 제조된 컴퓨터가 방치돼 있다. (사진 박철웅)
80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컴퓨터 실습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뒤통수가 튀어나온 브라운관(CRT) 모니터였다. 이제는 단종 돼 좀처럼 보기 힘든 기종이다.
전원을 켜자 한참 뒤 화면에 뜬 건 윈도 XP. 이마저도 2년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기술 지원을 중단한 운영체계다.
인터넷 검색에는 최소한 3~5분이 걸릴 정도로 구동이 힘겹다.
한 학생은 "툭하면 '렉'이 걸리고, 컴퓨터가 너무 낡아서 고장난 것도 많다"며 "너무 느려서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학교 컴퓨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학교 실습실에 있는 컴퓨터 80대 중 50대는 2007년에 생산된 것으로 9년이 넘었다. 기껏해야 타자연습만 가능한 정도. 나머지 30대도 2011년 교체됐지만, 구동이 느려 교육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컴퓨터 담당 교사는 "학교 PC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기종이라 아이들이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며 "교사들도 웬만하면 컴퓨터 활용 수업을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용인의 한 중학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학교는 80대 중 40대가 2006~2007년 생산된 컴퓨터로 실습실 하나를 차지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노후 컴퓨터 교체 비용을 학교운영비에서 충당해야 하다 보니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그렇다고 학교운영규칙상 컴퓨터실을 폐쇄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없어,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 이재정 "컴퓨터 예산으로 누리과정 대라는 꼴", 지방교육 특별회계법 반대1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경기도 내 학교가 보유한 교육용 컴퓨터 절반 가까이가 조달청이 제시한 내구연한인 5년을 훌쩍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10만9,535대 중 45.6%에 해당하는 5만1,070대의 제조년도가 2006~2010년안에 포함됐다.
도교육청은 노후 컴퓨터 교체 예산으로 대당 103만원씩 52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앞서 4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각 학교 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후 컴퓨터 교체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며 "그런데 교육청 예산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예산을 만들 길이 없었다"고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 호소했다.
그는 이어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 특별회계법이 통과되면, 컴퓨터 교체 등에 사용돼야 할 학교운영비의 절반을 누리과정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라며 "지방교육재정의 파탄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한 특별회계법에 대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