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자료사진)
작은 거짓말로 시작했다가 42억 원대 '파워블로거 사기극'을 벌인 사촌 자매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24·여)씨에게는 징역 3년, 사촌언니 장모(40·여)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단순 가담했다고 주장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장씨를 사건의 주범으로 본 2심 판단을 대법원이 수긍한 것이다.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던 박씨는 결과적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자신이 파워블로거가 아니라고 장씨에게 밝혔다는 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장씨가 피해자들에게 받은 금액 일부를 다른 용도로 쓴 데다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박씨의 '착한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박씨는 2013년 5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30만 원짜리 화장품을 어머니에게 선물했다가 "힘들게 번 돈으로 샀느냐"는 말을 듣자 "파워블로거라서 홍보해주고 싸게 받았다"고 둘러댔다.
박씨의 어머니는 이를 집안 친척들에게 자랑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외제차와 명품가방 등을 대신 싸게 사달라는 요구에 박씨는 물건을 정품에 산 뒤 할인된 값에 건네고 실제로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메웠다.
박씨는 그러다 사촌언니 장씨가 그해 11월 "명품백 11개를 더 사달라"고 하자 감당이 안 됐던 탓에 파워블로거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오히려 골프회원권, 골드바, 여행권은 물론 아파트까지 싸게 사주겠다며 20~80%의 할인율을 제시하고 돈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거나 일부를 챙겼다.
이렇게 해서 이들 사촌자매가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21명에게서 받은 금액은 모두 42억 원에 달했다.
1심은 박씨를 주범으로 보고 장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나이가 어리고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박씨가 아닌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며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할인혜택을 설명했던 장씨가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할인된 가격으로 명품가방을 구입해 주는 수량이 많아질수록 손해가 커지는 박씨가 장씨에게 가짜 블로거라고 털어놓았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도 2심 재판부는 봤다.
박씨는 약속한 물품을 사거나 돌려막기에 돈을 쓴 반면 장씨는 일부를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점도 그를 주범으로 본 근거가 됐다.
애초 단독 범행을 주장했던 박씨가 장씨도 공범이라고 말을 바꾼 게 자신의 형량을 가볍게 해보려는 것으로 비쳤지만 장씨가 카카오톡 등으로 박씨에게 "역시 넌 내 수하야" 등의 메시지를 보낸 점 등도 고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