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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뱉은 술 먹이고 맨땅에 원산폭격…대학생들 조폭 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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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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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문화 바꿀 자정 노력 필요"

(사진=SNS 캡처)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의 명성이 최근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탓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이유로 액땜하겠다며 신입생에게 막걸리 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맨땅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등 잘못된 군기 잡기 관행도 공공연히 벌어진다.

또 MT나 선후배 대면식에서 강제로 술을 먹이거나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올해도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이 숨진 채 발견됐고,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는 한 신입생이 대면식을 마친 뒤 투신하기도 했다.

◇ '액땜한다' 막걸리 세례…잘못된 악습 이어가

전북 원광대학교 사범대 한 학과는 지난 4일 신입생 20여 명을 학과 건물 앞에 도열시킨 뒤 막걸리 세례를 퍼부었다.

신입생 환영회의 한 순서로 진행된 '막걸리 세례'는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은 신입생들을 선배들이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리는 고사(告祀)형식의 한 행사다.

학과대표와 선배들은 신입생 환영회라는 명목으로 3월 초 꽃샘추위에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렸고, 이 학과 학과장 등도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에는 부산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동아리 선배들이 고사를 지낸 뒤 신입생들을 강의실로 집합시켰다.

이들은 바닥과 천장에 비닐을 미리 펼친 뒤 그곳에 신입생 10여 명을 도열시키고 고사를 지내고 남은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졌다.

두 학교 모두 자신들이 신입생 때 겪었던 일들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1년 뒤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돌려줬다.

◇ '원산폭격·음주강요·성희롱'…도 넘은 대학가 가혹행위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에서는 과도한 '군기 잡기'로 인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는 지난 17일 대면식을 마친 신입생이 선배와 말다툼을 벌인 뒤 도서관 4층과 5층 사이 창문으로 투신했다.

다행히 이 학생은 화단으로 떨어져 목숨을 구했지만 발목 골절과 후두부 출혈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 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도 대학가를 병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는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한 신입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생은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학생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 대학교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총학생회 간부가 침을 뱉은 술을 마시도록 후배에게 강요하고 이를 말리던 다른 후배를 폭행했다는 주장에 제기돼 총장이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벌칙을 강요하거나 성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게 하는 등 성범죄 수위에 달하는 가혹행위가 고발되기도 했다.

◇ 전문가 "대학 문화 바꿀 자정 노력 필요"

매번 대학가 가혹행위 문제가 불거지면 대학 측은 진상조사 뒤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하지만, 가혹행위 관련 사건 사고는 독버섯처럼 한해도 거르지 않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 만연한 '악습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 인식을 바꾸고,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를 개선할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교육 당국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학내 행사에 상당 수준까지 개입하고 있지만, 성인인 대학생들의 '자율화 문제' 때문에 지나친 간섭은 힘든 상황이다.

또 공식적 행사 외에도 개강 파티 동아리 소모임 등 비공식적 행사가 많아 일일이 규제를 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성인인 학생들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학생회나 학생회 차원에서 악습을 없애려는 자정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필요하다면 이런 문화가 안착이 될 때까지 지도 교수를 동아리나 학내 단체에 전담 배치하는 전담제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조선대에서는 지난 25일 107개 과 대표들이 모여 MT 악습을 없애자는 선언식을 하기도 했다.

잘못된 기성세대의 문화가 대학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 시기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서열화된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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