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사용하는 문제가 당 안팎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김무성 대표는 29일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는 언행에 유의해달라”며 ‘존영(尊影‧남의 사진을 높여 부르는 말) 논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조원진(재선‧대구 달서병) 의원은 한 나절도 지나지 않아 대구 동을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를 사실상 낙천시킨 김 대표의 ‘무(無)공천’ 결정을 비판했다.
◇ 영(令) 안 서는 무대(무성 대장)…親朴 “이재만이 진짜 후보”
발단은 조 의원이 지난 28일 같은 지역 무소속 의원들이 지역사무소에 걸어둔 박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다.
새누리당 대구 선대위 위원장인 조 의원은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의원 등 5명의 대구 지역 무소속 후보들에게 “박 대통령의 존영을 29일까지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18일 새누리당 탈당 전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소 내부 모습
그러자 유 의원은 반납을 거부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조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음에도 사진을 걸어두는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라고 치받았다.
김 대표는 29일 오전 선대위 첫 회의에서 “무소속은 건드리면 커진다”며 ‘존영 논란’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같은 날 오후 1시에 열린 대구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번 공천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밟아버린 사람이 있다”며 김 대표에게까지 전선을 넓혔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의 높은 사람이라서 이야기는 안 하겠다”며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했고, “저는 이재만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로 인정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공천을 무공천을 되돌린 주역이 김 대표이기 때문에 비판한 것과 같다.
김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은 조직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3선‧경북 경산) 의원도 “무소속을 찍는 것은 야당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유 의원 등의 무소속 연대를 공격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김 대표는 30일 대구시당 선대위에 참석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당초 수도권 선거가 급하다며 영남 일정을 잡지 않았으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선관위 “정당이 알아서 하라”…‘朴 액자’ 그냥 사용될 듯대구시당은 박 대통령 사진이 담긴 액자가 당비로 구입한 물건이라며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고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대구시 선관위는 “정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관위가 다룰 내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액자 미(未)반납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해봤으나 적용할 규정이 없다”며 “액자 소유권 등은 다른 법률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결정에 따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액자를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존영 논란’에 대해 “‘진박 대(對) 무소속’의 구도가 들어선 대구에서 명분을 선점하기 위한 일종의 선거 운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전(內戰) 국면인 대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 대해 ‘박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든 무리’로 규정하려는 반면, 무소속 후보들은 진박 후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올바른 선택을 막는 간신’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