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와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을 특별회계에 넣어 의무적으로 편성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28일 당정협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협의됐고 새누리당은 조만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아예 특별법으로 못박아 두자는 취지다. 당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국세와 교육세 부분을 분리해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한 뒤 누리과정이나 초등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등 특정 용도에만 쓰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감이 특별회계를 편성·집행하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대신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정부·여당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시행령을 근거로 지방교육청에 누리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요한 그동안의 과정이 법적인 근거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시행령이 상위법인 유아교육법이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피하고, 특별법으로 시도교육청에 예산편성을 강제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매년 반복되는 보육대란은 대국민 약속 파기의 문제와 재원의 문제가 핵심이다.
먼저 공약 측면에서 살펴보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0~5세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은 이후 슬그머니 바뀌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누리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지 자치의 영역인 시도교육청의 공약은 아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특별한 재원마련 대책을 세우지 않고 교육청에 예산을 떠넘기는 것은 공약 위반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마땅하다.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특별법 돌파 시도는 그래서 무리수다.
둘째, 돈의 문제다. 모든 공약은 적절한 재원마련 대책이 필수다. 그렇지 못한 공약은 포퓰리즘, 즉 선심성 공약이며 반드시 탈이 난다. 실제로 보육현장에서는 각 지자체가 임시변통으로 마련한 누리과정 예산이 거의 소진돼 이달부터 또다시 보육대란 위기가 재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그대로 둔채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과 같아서 초중등 교육재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상 특별회계는 특정세입으로 특정세출을 충당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것으로, 세금을 올리거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리는 등 별도의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한 당정이 추진중인 특별회계는 이런 원칙과 거리가 멀다.
마침 4.13 국회의원 총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선거의 꽃은 정쟁이 아닌 공약이어야 바람직하다. 구도와 계파갈등에 매몰돼 선거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과거의 약속을 점검하고 미래의 정책과 비전을 평가받는 생산적인 장이 돼야 한다. 보육대란과 누리과정예산 법제화 문제도 이번 선거에서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