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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진동, 사람만 힘드나…개, 우렁이, 사슴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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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환경분쟁위 동식물 관련 환경분쟁 다양해져…배상액도 커질듯

(사진=중앙환경분쟁위원회 제공)

 

NOCUTBIZ
2년 전, 4월 15일 오전. 1톤 트럭 한 대가 돌연 차단봉을 뚫고 정부청사 6-3 현관문으로 돌진했다. 현관문을 들이받은 운전자는 트럭에서 내린 뒤 죽은 사슴의 머리 등 사체 일부를 청사 현관 로비로 던지며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운전자는 세종시 장군면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로, 당시 세종시와 공주시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 때문에 사슴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거나 임신이 안 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가 몇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도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홧김에 차량으로 청사 출입문을 들이받았다는 것.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원회(이하 분쟁위) 위원장은 "말 못하는 동식물들은 소음과 진동 등 환경피해에 사람보다 더 민감할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이야말로 분쟁위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위원장은 "이 사건도 신청이 들어왔으면 세심하게 살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슴부터 우렁이까지...다양한 동식물 환경분쟁 사건

실제로 유사한 사건에 대한 피해배상이 결정된 적이 있다. 충남 논산시에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지난 2000년 주변 육군항공학교의 헬기 소음 때문에 사슴이 폐사했다고 분쟁위에 배상을 신청해, 2400여만원을 배상받도록 결정한 사건이 있다.

또 경기도 여주군에서는 지난 2014년 도로공사장 소음으로 타조가 폐사하거나 산란이 감소했다고 피해를 호소해, 타조 농장주가 여주군수와 시공사에게 3억9천만원에 가까운 배상을 받기도 했다. 동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최대 배상액 기록을 갖고 있는 사건이다.

이뿐 아니라 우렁이나 관상어인 구피 등이 환경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2011년 충난 논산의 고속철도 교각설치 공사로 인해 발생한 우렁이 집단폐사 사건은 8천만원의 피해 배상을 받았고, 2014년 지하철 공사장 발파 작업으로 수중소음이 발생해 수족관 속 구피가 떼죽음한 사건에서도 2800여만원의 배상결정이 내려졌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위원장은 최근 동식물과 관련한 환경분쟁에 대해 전향적인 결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식물 가운데서는 현재까지 호접란이 가장 많은 피해배상액인 1억2252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충남 연기군의 도로확장 공사와 고속철도 공사로 발생한 비산먼지가 비닐하우스를 덮어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호접란이 집단 고사한 사건과 관련해 내려진 분쟁위 결정이다.

2014년 인근 철도역의 야간조명 등 때문에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피해를 본 사건에 대해 77만원을 배상해 준 사건은 빛공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다.

◇ 꾸준한 동식물 관련 분쟁... 전향적 배상결정 주목

최근 5년간 200~250여건의 사건이 분쟁위로 접수되는데, 동식물 피해와 관련한 사건이 해마다 30~40건씩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동식물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특히 분쟁위는 최근 일반적 생활소음 기준(65dB)보다 낮은 소음에도 청각이 민감한 개의 피해를 인정해 주목을 받았다. 또 공처럼 한데 뭉쳐 겨울잠을 자는 꿀벌의 패턴을 분석해 인근 공사장 진동의 피해를 추정하는 등, 동식물이 갖고 있는 특성을 감안한 전향적인 배상 결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분쟁위는 앞으로 동식물 피해와 관련한 환경분쟁의 배상액 수준도 더 높일 계획이다. 남 위원장은 “배상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피신청인은 78%가 만족한데 비해 신청인은 32%만 만족했다”며 "배상액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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