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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신간…'한주의 책갈피'에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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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라는 단어가 작년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이 단어의 유행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사회, 극심한 빈부격차가 계급처럼 고착화된 사회라는 것을 뜻한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사회의 흙수저 현상을 분석한 '우리 아이들'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한 로버트 퍼트넘이다.

포트클린턴에서 미 전역 방방곡곡에 이르기까지, 퍼트넘은 다양한 계급의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최신 사회과학적,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엄밀하게 분석한다.

바로 이 시기동안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적 성장 등 삶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우리들에도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바로 '흙수저'라는 단어의 유행처럼,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가난한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아이들의 비극적인 삶의 경험을 줄잡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박탈당한 아이들이다." (본문 중에서)

로버트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488쪽/ 22,000원

 

중력파에 관해 알기 쉽게 쓴 과학교양서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이 출간됐다.

이 책은 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며 중력파 검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던 현장의 과학자 오정근 박사가 썼다. 중력파 검출 발표 전후 몇 주간 동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역사적 발견의 뒷이야기들을 시간에 따라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지난 55년간의 중력파 검출의 역사와 함께 오늘날 그 과학적 성공을 이뤄내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그 고단하고 지루한 도전의 시기동안 선구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하여 일련의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과 실패를 했으며, 최종적인 성공에 도달하기까지 100년간의 눈물겨운 도전을 구체적인 사건의 일화와 반전을 소개하고 있다.

◇ 중력파와 라이고(LIGO)는 무엇?

잔잔한 물 위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처럼 중력파(重力波, gravitational waves)는 우주에서 별이 폭발하는 등의 커다란 사건에 의해 생겨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다. 단, 우주 전역으로 퍼져나가지만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 중력파는 시공간이 급격하게 변하는 에너지가 파동의 형태로 전파되며 그 세기는 10의 -21승 정도인데, 이 크기는 태양이 원자 크기만큼 진동한 정도보다도 작다. 따라서 그 신호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빅뱅 이후 우주의 급팽창이나 별들의 충돌이나 폭발과 같은 천문학적인 현상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를 검출하고자 196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적인 실험과 관측이 시작되었고, 미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중력파 검출을 위한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를 건설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인 2015년 9월 14일에 검출에 성공했고,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2016년 2월 11일 전 세계에 발표되었다. 100년 전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천재에 의해 예견된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인류가 던진 도전장은 마침내 55년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13억 년 전, 우주에서 2개의 블랙홀이 던졌던 물결이 21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우주를 열어 보여준 것이다.

오정근 지음/동아시아/292쪽/16,000원

 

오늘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일까?

신간 '서울의 인문학: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인문학적 해석을 엮은 것이다.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을 들여다봤다.

이 책은 광화문, 남산, 종로,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의 변화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탐색한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인문학적 통찰은 미래의 서울과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상상하는 데 긴요한 인문학적 바탕을 제공한다.

정홍수의 '보행 공간의 확장과 자발성의 공간 실천'은 서울성곽길, 북한산 둘레길 등 보행공간의 확장이라는 현상에서 '걷기'의 의미를 다시 사고하며 자발성의 공간적 실천을 모색한다.

이성백의 '공동체사회론의 철학적 재성찰'은 서구사회에서 시도되었던 공동체 이론을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사유한다. 19세기 후반 현대사회의 부정성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제기된 공동체사회의 이념이 개인의 자유의 문제를 경시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본다. 나아가 개인의 자유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동체사회의 이념을 모색한다.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 서울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도시공동체운동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류보선 염복규 신수정 조연정 최윤영 변미리 정수지 김성홍 정홍수 서우석 김명환 이성백 지음/창비/ 328쪽/ 18,000원

 

다양한 미술작품 읽기로 휴전 후 한국사, 우리시대, 도시,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논의하는 도시 인문학, '철학이 있는 도시'가 출간됐다.

이 책은 호주 등지에서 10년의 외유를 하고 돌아온 사회학자 우석영씨가 이방인의 눈으로 우리 시대 민낯을 관찰한 비평 에세이다.

저자는 개개인의 인간적 삶이 처참히 무너져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대다수의 한국인이 오늘날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탐구해나가는 일에 시급성을 느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삶을 견딘다는 것, 삶을 지나간다는 것, 삶이 그럭저럭 살아진다는 것. 이것과 삶을 살아간다는 것, 순간 순간 풍요로운 지금, 자신의 온전성을 느끼며 삶을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 이 땅,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우리는 위기의 시대, 새로운 가치의 모색에 도달해 있습니다."(저자 인터뷰 중에서)

본문에는 강세황,김수철, 이인문, 정선, 민정기, 임옥상,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예술가들이 남긴 50여장의 다채로운 미술작품이 등장한다.각각의 그림은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 도시의 문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문 중에서

"이인문의 '송계한담도'의 경우, 한편으로 이처럼 작가의 기교를 드러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김수철의 '송계한담도'에서 느끼는 청량감, 청신감을 또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이상하다. 감상자는 '와, 이 솜씨 봐라'하면서도 동시에 그 화면에서 배어나오는 청량감에 이끌린다. 널바위, 솔, 계곳수. 이 세 가지 청량의 원친이 서로를 감돌며 청량의 화음을 내기 때문이고 적당한 크기의 여백이 이 화음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감상사는 작가의 기량에 압도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은 절로 소쇄(瀟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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