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한미 양국이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협의를 공식화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마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은 이날 긴급 언론브리핑을 통해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하는 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 동맹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드 논란과 관련해 ‘요청도 협의도 결정한 적도 없다’는 그간의 ‘3No’ 정책에서 전격 선회한 것이다.
류 실장은 “한미동맹이 이러한 방어적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주목해왔듯이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하고 신뢰성 있는 협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며 다층 미사일 방어에 기여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현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번 추가 도발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 도입이 중대한 국제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사전절차도 없이 너무 급하게 결정이 이뤄진 감이 있다.
물론 한미 당국의 발표는 ‘공식 협의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드 논의의 전체 맥락에서 보면 사실상 도입을 전제로 한 협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사전협의를 벌여왔고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부터 사드 문제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중국 역시 북한의 잇단 도발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대북제재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드 변수가 돌출하면서 향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6일 북한의 기습 핵실험에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한 국제공조가 형성되는 듯 했지만 중국 책임론과 사드 배치가 거론되면서 전열이 와해된 전철을 되밟는 형국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에도 사드 체계는 대북 용도에만 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존의 태도로 미뤄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북한 핵·미사일을 빌미로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강화하려는 의도임을 더 확신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결국 북핵 위기가 사드 배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한미일 대 중러'의 신(新)냉전 구도 부활로 악순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