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사라진 초등생 오빠와 홀로 남은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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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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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여동생, 불안감 시달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피의자 부모 중 부친 최모 씨가 21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다세대 주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지난 2012년 11월 한 초등학생(당시 7세)이 아버지의 폭행으로 혼절했다 깨어나 결국 굶주림과 탈진한 상태에서 숨진 사건입니다.

특히 부모는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자신의 집 냉장고에 3년 2개월 동안 보관해 온 사실이 드러나 온 나라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숨진 초등학생 C군에는 당시 4살짜리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이 여동생(현재 초등학교 2학년)은 오빠가 아빠로부터 학대를 당하며 맞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면서 자랐습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명의 명백한 피해자인 셈입니다.

5일 열린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수사브리핑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김준연 차장검사는 "심리분석 결과, 여동생은 '부모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매를 맞다가 어느 날 사라진 오빠에 대한 흐릿한 기억이 여동생의 마음을 짓누른 것입니다.

여동생은 부모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자신은 오빠처럼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는 생존 본능이 작동한 겁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부모의 사랑은 받았지만, 이 여동생은 사실과 다른 과장된 언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아빠, 나 오늘 선생님께 칭찬받았어요"
"엄마, 나 학생 대표로 상을 받았어요"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이재연 교수는 "이 아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소속되려는 집착을 보이게 되면 생산적인 곳에 에너지를 못 쓰고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불안에 관한 가장 원초적인 트라우마가 내면에 자리 잡아 건설적으로 학습하지 못해 성장에 방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도 부모님께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는 욕구는 다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학대를 당한 아이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많은 후유증이 있다고 하는군요.

공격적인 행동이나 일탈행동 같은 문제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일부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내재화 행동을 자주 보인다고 합니다.

동덕여대 아동학과 이주영 교수는 "이 여동생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자원"이라고 강조합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교사로부터의 지지, 친인척의 사랑,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 등이 모두 사회적 지지자원입니다.

이 교수는 "비록 학대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라도 사회적 지지자원이 많은 아이는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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