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라는 이름의 '매질'로 아이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배달음식으로 배를 채운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토막내 꽁꽁 얼렸다. "괴물같은" 부모는 스스로 멈추는 법을 모른다. 다시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가해 부모도 상당수다. 처벌을 받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부모, 학대 이후 방치된 아이들. CBS는 두 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사건의 그 후를 조명해 학대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피의자 부모 중 부친 최모 씨가 21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다세대 주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 "지훈이 아파서 학교에 못 갑니다."
전화를 끊은 아빠가 지훈이(가명)를 바라봤다. 초등학교 2학년 지훈이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온몸에도 멍자국이었다.
아빠는 지훈이를 "자기 지갑 속의 지폐처럼" 대했다. 술에 취해 마음대로 매를 들었고, 피하지 않고 100대를 다 맞아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경찰 신고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은 아빠는 결국 100m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걸핏하면 지훈이를 찾아와 때렸고, 금지명령을 어긴 과태료는 아빠와 이혼한 엄마가 냈다.
"아빠는 보복을 하는 사람이에요. 전자발찌를 채워서라도 폭력을 막았으면 좋겠어요." 19세가 됐어도 여전히 아버지가 두려운 지훈 군의 말이다.
# 2013년 울산에서 계모의 폭력으로 숨진 8살 이서현 양도 사망 전 아동보호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유치원 교사가 서현이 몸에 난 멍자국을 보고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지만 기관은 계모가 구타를 부인하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서현이는 이후 숨지기 전까지 다시 다리뼈가 부러지고, 몸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잔인한 학대를 당했다.
사망 당시 아이의 갈비뼈는 24개 중 16개가 부러져 있었다. 아이는 부러진 갈비뼈에 폐를 찔려 숨졌다.
◇"재학대가 더 위험···가해 부모는 잠재적 위험군"부천 초등생 사망 사건 이후 아동학대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학대 피해자 중 상당수가 재학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접수된 1만27건의 아동학대사례 중 10.2%에 해당하는 1천27건이 재학대 사례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 10명 중 1명은 과거 학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다시 학대를 당한 것.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아동학대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인 만큼 은밀하고 꾸준히 진행된다"며 "이 수치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 까닭에 재학대의 경우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이은주 교수는 "학대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만큼 현재 나와있는 통계 건수보다 재학대 사례의 실질적인 위험률은 더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신고 이후 2년만에 사망한 이서현 양의 경우처럼 가해 부모는 잠재적인 위험군"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재학대 발생은 사례 판단 후 1년에서 2년 사이가 273건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최소한 그 기간 동안만큼이라도 가해 부모에 대한 교육과 피해 아동의 정서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영 소장은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피해 아동에 대한 정서적 지원과 가해자인 부모 교육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며 "한 세대가 폭력의 고리를 완전히 끊도록 정밀한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