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20대 총선 공천을 주관할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밀고 있지만 비박계는 이 의원만 아니면 된다며 버티고 있다.
다만,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가 이한구 카드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결국 이 의원에게 공관위원장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친박 "이한구로 정해놓고 이제와 딴말"
28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관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친박계의 공격이 시작됐다. 친박계 김태호 최고위원은 "계속 언론플레이만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것 하나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능력이면 집권하겠다고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친박계가 4선 중진으로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을 추천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반대로 돌아서서 공관위원장 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게 친박 의원들의 주장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최근에 최고위원들끼리 만나 이한구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선임하기로 이미 합의를 했는데 김 대표가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친박계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을 잘 알고 정치 전반에 걸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분이 필요하다"면서 "이한구 의원은 대구 출신 4선 의원으로서 이러한 것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이한구 카드를 공개 제시했다.
친박계가 이 의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원칙주의자로 한번 소신을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이 의원은 수차례에 걸쳐 상향식 공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시말해 공천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비박계에 밀려 100% 상향식으로 공천 룰이 정해졌지만 공관위 운영 과정에서 반격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유 의원이 "지금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도 보면 우선추천지역이라든지 또 그것을 통해 단수추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놓고 있다"며 사실상의 전략공천으로 통하는 우선추천지역 선정을 통한 단수추천 실시를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다른 친박계 관계자는 "공천제도특위에서 정한 공천룰은 대강의 얼개만 맞춰놓은 상태"라며 "공관위가 가동되면 이를 구체화해서 전체 지역구는 아니더라도 수도권 등의 분구 지역이라도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 단수추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 의원이 당헌·당규에 명시된 공천부적격자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Cut Off, 공천배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황식 카드 난망…결국 이한구?이같은 노림수를 모를 리 없는 김 대표 등 비박계는 "이한구만 아니면 된다"며 절대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공관위원장은 계파나 개인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리인데 이 의원은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상향식 공천을 당론으로 정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공관위원장이 돼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이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대신 공관위원 선임의 전권을 나한테 달라"고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계 입장에서는 공관위원장 자리를 얻자고 공관위원을 통째로 김 대표와 비박계에 넘길 수 없다는 점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김 대표가 내놓은 것. 이 때문에 결국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이한구 카드를 끝까지 거부하기에는 내세울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김 대표 측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 등 외부인사를 공관위원장으로 영입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관위원장 제안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 전 총리를 공관위원장으로 선임하자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공관위원장 자리가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자리인데 누가 선뜻 수용하겠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측의 한 관계자도 "당청간이나 계파간 조율이 되지 않아 갈등이 한창인 상황에서 김 전 총리가 공관위원장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알고 있고 김 전 총리가 이에 응할 생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김 대표가 공관위원장 후보군을 직접 만나 설득작업을 할 계획이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후보군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 보고 최고위원들과 다시 말씀을 나누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총리 등 외부인사 설득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당론으로 정한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을 잘 지켜가겠다는 확답을 받은 뒤 이한구 의원을 공심위원장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도 이 의원을 우선적으로 만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