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다음달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화 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전국적 지지도에서 앞서면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지만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내세우는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일고 있어서 전초전인 아이오와 코커스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8년전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패하면서 오바마에게 대선후보직을 내줬던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 이번 경선에서도 이변이 발생할 지 주목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버니 샌더스 돌풍, 왜 8년전 버락 오바마가 떠오르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버니 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 샌더스의 돌풍이 거센데 아이오와 주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거냐?
= 돌풍이 거세다.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세론이 굳어지는가 했는데 최근 들어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무섭다.
최근 공개된 CNN/ORC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51%, 클린턴 전 장관 43%,으로 샌더스가 앞섰다. 미국 CBS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47%, 클린턴 46%로 비록 1%P라는 근소한 차이지만 샌더스가 아이오와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버니 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2월 9일에 있을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샌더스가 20% 이상의 엄청난 차이로 클린턴에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어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초반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발표된 CNN-WMUR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뉴햄프셔주에서 샌더스는 60%의 지지율을 확보해 33%에 그친 클린턴 후보를 27%p 차이로 크게 앞섰다.)
▶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이 초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했지 않느냐?= 그렇다. 2008년 1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기 전만해도 클린턴의 승리는 당연한 것으로 예상됐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냐? 를 두고 큰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겼고 본선에서도 승리해 민주당의 집권이 성공했다.
그러니 힐러리 클린턴으로서는 자칫 2008년 아이오와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해 대선 후보에서 밀려났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당시는 1차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겼지만 2차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클린턴이 예상을 깨고 역전에 성공하면서 치열한 장기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대선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연달아 패할 경우 초반 기세가 꺾이면서 또다시 패배의 눈물을 흘려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사진=자료사진)
▶ 전국적인 지지에서는 여전히 힐러리 클린턴이 앞서 있지 않나?= 그렇다. 현지시간 25일 발표된 CNN의 전국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52%로 38%를 얻은 샌더스를 14%P 차이로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1주일 전 조사에서는 25%P까지 차이가 났던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으로서는 몸이 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두 곳 모두를 빼앗길 경우 대세론에 급격히 제동이 걸리면서 전국적인 지지율 역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첫 대권 도전 당시에는 비록 아이오와에서 졌으나, 뉴햄프셔에서 이기면서 경선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했었다.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 아이오와 주 경선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인구 310만 명에 불과한 아이오와주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곳이 첫 코커스가 열리면서 일종의 '대선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의 1% 남짓한 작은 규모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사실상 대선 전초전처럼 인식되게 된 것은 1976년의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워싱턴 정계에선 거의 무명이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 뒤 그 여세를 몰아 두 번째 경선지 뉴햄프셔 주의 첫 프라이머리에서도 승리하며 결국 백악관에 입성하면서부터다.
그 뒤 아이오와 코커스가 전국적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고 이후 첫 코커스를 아이오와에서 여는 전통이 자리매김했다. 아이오와에서 승리해야 당 대선 후보, 더 나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암묵적인 '공식'도 생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경선 당시 유력 주자로 꼽혔던 힐러리 클린턴 경선후보에게 아이오와에서 깜짝 승리를 거두며 결국 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됐고 백악관에까지 입성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패배하고도 경선과 대선을 승리한 경우도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아이오와에서 3위에 그쳤지만 대통령에 당선돼 아이오와주 경선의 승리가 곧 경선과 대선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 아이오와는 코커스고 뉴햄프셔는 프라이머리고 이게 왜 다른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에 내보낼 주별 대의원을 뽑는 선거다.
코커스는 정당 당원으로 등록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당원대회'다.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주 정부 소관인 프라이머리와 달리 민주당과 공화당 주 위원회가 선거를 주관한다. 비밀 투표가 아니라 선거구별로 교회,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 당원들이 모여 후보 이름이 적힌 깃발 아래 집합하는 방식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한다. 아이오와주와 네바다 등 13개 주에서 이 방식을 선택한다.
프라이머리에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예비선거'를 말한다. 유권자들은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에게 표를 던진다. 50개 주 중 37개 주가 프라이머리를 치른다.
예비선거 제도에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폐쇄형)가 있다. 두 제도의 차이는 정당의 구분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명칭 그대로 어느 정당 프라이머리이든지 가서 참여하면 된다. 18개주가 오픈 프라이머리, 클로즈드 프라이머리는 자기가 참여하겠다고 미리 등록한 정당의 프라이머리에만 참여할 수 있다.
3월1일 13개 주에서 동시에 예비선거가 열리는 '슈퍼화요일'을 거치면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6월까지 예비선거로 주별 대의원들을 뽑고 난 뒤 양당은 7월에 전국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 이미 정해진 후보를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2008년 경선에서 공화당은 수퍼 화요일에서 존 매케인이 2위인 미트 롬니보다 3배 이상 앞섰고, 이후 미트 롬니와 마이크 허커비후보의 중도사퇴로 결국 3월 4일,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2008년 2월 5일 당선까지 가능한 매직넘버의 80%를 뽑는 수퍼 화요일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오바마와 클린턴의 치열한 양자구도의 경쟁 끝에, 3개월 뒤인 6월 3일에서야 오바마가 매직넘버를 확보하면서 8월 27일에서야 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되었다.
이번에도 민주당의 경선이 언제까지 갈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사진=자료사진/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 샌더스의 돌풍이 왜 8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떠올리게 하는 건가?= 8년전 오바마의 돌풍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을 잠재우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서 '흑백 인종차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그런 점에서 버니 샌더스는 역시 미국 최초의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또 초반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에 맞서 싸운다는 점에서 아웃사이더이긴 마찬가지다.
다만 2008년 당시 오바마는 40대 였지만 지금의 샌더스는 74살의 고령이고 힐러리 클린턴도 내년이면 70살이 된다.
버니 샌더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내세우는 정책 때문이다.
샌더스는 미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편적 의료보험 제도가 없는 나라이고, 유일하게 유급 출산휴가나 병가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은 나라라며 통탄한다.
(사진=버니 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샌더스는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로 자신은 미국 의회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무소속 의원이고, 1990년, 40년만에 처음으로 선출직에 당선된 '민주 사회주의자'이며 시장으로 4선, 하원의원으로 8선, 상원 의원으로 2선을 했다.
샌더스는 "나는 오래된 야망을 실현하려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출마하는 이유는 이 나라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후 변화와 소득, 재산의 불평등, 소수의 엘리트들이 이끌어 가는 부패한 정치 시스템, 중산층 붕괴 등에 대해 기존의 정치가 이런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하고 해결해 나갈수 없다고 믿을 뿐"이라고 출마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날에는 소수의 엄청난 부자들이 사회의 경제와 정치 대부분을 조정하고 있다. 내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이런 막강한 이익 집단과 맞설수 있는 제대로 된 후보가 누구인지 결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나를 뽑아주면 당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1%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일하는 정부를 요구하기 위해 일어서 싸울 수백만의 사람이 필요하며, 나는 그 흐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 기준으로는 샌더스가 사회주의자이고 급진주의자이지만 북유럽의 기준으로는 중도 좌파 내지는 중도 우파로 간주된다고 정치전문 사이트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샌더스는 "내가 주장하는것은 자본주의 체제 타파가 아니라 정치 혁명"이라면서 "작년 11월, 우리는 63% 국민이 투표하지 않는 선거를 치뤘다. 젊은이들의 80%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봤을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하자는 것은 슈퍼팩을 없애는 것뿐만 이 아니라 공적 자금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것은 18세 이상인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드에게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버니 샌더스 (사진=버니 샌더스 페이스북 캡처)
▶ 미국에서도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쟁점인가?= 샌더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샌더스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득표는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일이었다며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지층인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2008년 민주당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명이었던 오바마가 38%의 득표로 30%, 29%를 얻는데 그친 클린턴, 존 에드 에드워즈 상원의원을 누르고 '깜짝 승리'를 거뒀다.
당초 13만∼15만 명 정도가 코커스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22만 명이 몰린게 '대이변'을 연출했다. 정치혁신 등을 바라는 '바꿔 열풍' 속에 오바마 후보에게 매혹된 젊은층과 부동층이 일제히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한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도 젊은층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무물론 우리나라 선거도 젊은층들이 얼마나 투표장에서 주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버니 샌더스(74) 상원의원의 44년 지기이자, 핵심 대선 참모로 활동하고 있는 허크 거트먼(72) 교수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하나는 중산층 가정들이 중산층으로부터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직장을 잃거나, 아프거나, 건강의료보험을 잃거나, 주택을 잃거나 하면 90%는 생활이 불안정하게 된다"면서 "모든 미국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젊은층은 비슷비슷한 정치에 지쳐 있고, 갈수록 취업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샌더스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솔직하게 얘기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선택이 미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