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이 11일 확정한 4·19총선 '공천룰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비박(非朴·비박근혜)계는 '컷오프(예비심사에 의한 낙천)' 가능성을 줄여 전략공천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었다는 측면에서 선전했다는 반응이다.
반면 친박(親朴·친박근혜)계는 결선투표제를 관철하고 정치 신인에 대한 가산점을 보장받는 성과를 거뒀지만, 당초 등등했던 기세에 비해선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오는 20일쯤 띄울 것으로 보이는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위) 구성과 '룰'의 실제 적용 과정에서 '친박의 되치기'가 시도될 것으로 관측된다.
◇ 김무성, '정치생명' 걸었던 '상향식 공천' 관철한 비박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볼 수 없다"며 "두 계파가 접점을 찾은 것이 오늘의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애써 희색을 감추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재선 의원은 "경선을 실시하는 '상향식' 공천이 명분에서 옳다"며 "총선 본선에서 분열 가능성을 막는 실효성도 있다"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친박계가 막판까지 당원과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을 '50:50'으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당원 간 의견대립에 의한 분열을 막기 위해 일반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을 100%까지 상향 조정했다는 주장이다.
'상향식'의 취지를 살렸기 때문에 친박계가 주장한 '물갈이' 의도에 의한 컷오프, 내리꽂기 방식의 전략공천 등을 배제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 '배신의 정치' 복수 불가능?하지만 '물갈이'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컷오프와 관련해선 "당 소속의원으로서 불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당에 심대한 해를 끼친 경우"라는 조항이 의정활동 평가 항목으로 삽입된다. 의정활동 평가가 낮으면 '부적격'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비박계가 '친(親) 유승민' 의원에 대한 '표적 낙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박한 '당론 위배자 퇴출' 조항은 개정 사항에서 빠졌다.
다소 애매하게 결론을 냈기 때문에 '룰'의 실제 적용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텃밭' 전략공천, 여론조사에 의한 컷오프 가능성 등 지뢰는 얼마든지 있다"며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 친박계가 공천위를 장악하려 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 親朴, 현역과 眞朴 분열이 패인
친박계도 전리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역의원과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정치신인 간 '1:1' 구도를 만들어줄 결선투표 요건을 10%p 격차로 넓게 잡았고, 가산점도 결선까지 적용키로 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가산점이 경선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위기감을 피력했다. 결선의 '1:1' 구도는 '51:49' 싸움이 되는데, 신인이 10% 가산점을 받을 경우 '53:47', 20% 가산점일 때는 '55:45'로 격차를 벌려야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친박계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한 '물갈이' 수단인 컷오프 가능성이 약화됐기 때문에 "19대 공천권에 비해 후퇴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후퇴의 원인에 대해 공천제도특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계가 '원 보이스(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친박 핵심 두 의원이 각각 '가산점', '컷오프' 등으로 주장하는 바가 엇갈렸었다는 후문이다.
또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용퇴' 주장이 나올까 두려워 해 컷오프에 반대 주장을 펴 화력을 약화시킨 점도 패인의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