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자부, 위원회 존속 집요하게 반대
- 피해자단체 의견 날조해 국회 속이기도
- 피해자들도 사분오열… 폐지 찬반 엇갈려
- 혼돈 속에서 효율 떨어진채 존속한 위원회
- 위원회의 부활과 재정비, 상설화 절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역사 문제 가져왔다구요?
◆ 권민철> 우선 준비된 소리 들어볼까요?
"근로정신대 할머니 만세? 비열한 것은 두 얼굴을 가진 미쓰비시의 태도다. 미쓰비시는 중국 인 피해자들로부터도 소송을 당했는데, 대응은 대한민국과 정반대다"
◇ 김현정> 근로정신대 할머니 만세 그런건가요?
◆ 권민철> 일제가 강제로 끌고가 일을 시킨 여성근로자들이죠. 대일항쟁기 강제동원된 피해자들 가운데 한 부류입니다.
◇ 김현정> 강제동원 피해자들 하면, 대표적인 게 바로 위안부 아닌가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위안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할린이나 시베리아로 끌려가 강제노역한 노무자들, 또 군인 군속도 역시 같은 피해자들입니다.
◇ 김현정> 사실 진상규명이 안된 일제 피해 참 많은 거 같아요?
◆ 권민철> 당시 기록을 보면 300만명이 끌려간 걸로 돼 있는데요, 그 가운데 30만명은 끝내 돌아오지도 못했습니다. 우리정부도 이들 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해 위원회를 운영해왔습니다. 이름이 좀 긴데… '대일항쟁기 강제동원조사 및 희생자지원 위원회'입니다. 근데 이 위원회가 작년말 석연치 않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위원회 소멸과정을 추적해 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대일항쟁기 강제동원조사 및 희생자지원 위원회'라. 저는 솔직히 처음 듣습니다. 이게 언제 만들어졌나요?
◆ 권민철> 2004년 관련법이 만들어져서 2005년부터 활동을 했습니다.
◇ 김현정> 10년 활동했다는 건데, 언제 만들어진지 잘 모르겠고, 그나마 또 흐지부지 소멸됐다? 아직도 진실 규명을 해야 할 피해들이 많은데, 문을 닫았다는 거예요?
◆ 권민철> 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반대 세력의 저항을 끝내 넘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대체 반대 세력… 누구를 말하는 거죠?
어머니 뱃속에 있던 1944년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10년 넘게 헤매왔다는 신윤순 씨. 신 씨는 강제동원조사위원회 폐지에 대해 "돈은 없어지지만 기록은 남는다"며 "그 것이 위원회를 다시 살려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권민철> 취재 과정에서 저 역시 깜짝 놀랐는데요, 다름 아닌 정부, 곧 행자부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위원회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회를 속인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 김현정> 위원회를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가 국회를 속였다구요? 충격적인 이야기네요…
◆ 권민철> 지난해 11월 27일이었습니다. 국회 안행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위원회 활동 연장법안을 마지막으로 논의하려했습니다. 그런데 행자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위원회 존속을 원치 않는다 이렇게 보고를 했습니다. 31개 유족단체 가운데 29개 단체가 반대한다면서요. 그래서 저희가 이들 단체 일일이 전화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찬반의사조차 물어간 적 없다고 답한 곳만 11곳이나 됐습니다. 그 가운데 한 곳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심지어 위원회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사람들 명단에 내 이름 까지 넣어놨어요 이건 완전 문서를 날조한 거에요"
◇ 김현정> 이 분 이야기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허위 보고한 거네요. 이에 대해 행자부는 뭐라 그러던가요?
◆ 권민철> 행자부 담당자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물론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거 같은데요. 입장에 따라서. 거기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는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뭐 그런 거죠"
◆ 권민철> 말을 살짝 바꾸죠? 행자부가 위원회 폐지를 위해 작업한 정황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 김현정> 또 어떤 게 있습니까?
◆ 권민철> 위원회 예산이 연간 수백억씩 들어간다고 부풀리거나 피해자를 추가로 지원하는 경우 국회 추정치보다 예산이 10배 이상 들어간다며 위원회 활동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의 증언입니다.
"위원회가 1년에 삼사백억씩 쓴다고 잘 못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삼백억이라는 예산은 위원회 예산이 아니고 위원회 예산은 1년에 쓰는게 삼십억 밖에 안돼요. 강제동원갔다가 살아 돌아온 국내에 계시는 분 1년에 80만원씩 의료비 지원하는 거 있어요. 그게 마치 위원회 운영비 예산이라고 허위보고를 한 거에요"
◇ 김현정> 이야기 듣다보면 한마디로 '내부자들'이 위원회 문을 닫게 한 거네요. 행자부가 이렇게 집요하게 위원회를 없애려 했던 이유가 잘 이해가 안되네요?
◆ 권민철> 표면적으로는 위원회가 10년이나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할 만큼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진상조사 대상 사건 302건중 10%도 못했고, 일본서 발견된 피징용자명단의 10%도 확인 못했습니다. 참고로 독일 나찌에게 피해 받은 이스라엘의 경우 70년 가까이 우리의 위원회 조직을 운영중입니다. 가해국이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의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 김현정> 아까 표면적인 이유라 했는데, 그렇다면 진짜 이유도 있다는 건가요?
◆ 권민철> 행자부가 위원회의 역사적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행정 편의적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명수 의원 설명 다시 들어보시죠.
"이런 저런 이유로 행자부에서는 골치아파해요. 다른데 공무원 같으면 말을 잘 듣는데, 이거는 민간 위원장이라 자기들 이야기를 잘 듣지 않지, 그래서 폐지합시다 그렇게 주장하고 나선거에요"
◇ 김현정> 사정이 이렇다면 피해자, 유족들이 들고 일어나야 하지 않나요?
◆ 권민철> 그런데 피해자들도 사분오열돼 있더군요. 물론 많은 분들은 위원회 존속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자부와 똑같은 논리로 폐지를 요구하는 피해자 단체들도, 확인해 보니 실제로 있었습니다. 한 유족단체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위원회가 하는 게 없어요. 자기 밥그릇 늘리기 위해 앞으로 남은유골 봉환할 일이 남았다고 하는데 그럼 그전에는 왜 못했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 김현정>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위원회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리기도 하네요?
◆ 권민철> 하지만 위원회 쪽에서는 억울해 합니다. 사실 위원회는 당초 2년만 활동하기로 하고 출범했거든요. 그런데 업무가 많아지면서 5차례 활동을 연장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6개월씩 찔끔찔끔 시한부로 생명이 연장되다 보니까 예산편성도 늦어지고 연장될 때마다 인력도 축소됐습니다.
◇ 김현정> 인력이 얼마나 축소됐는데요?
◆ 권민철> 조사를 담당한 핵심과의 인력이 2명 정도 밖에 안되는 때도 있었고요. 이렇게 되면 일이 제대로 될리 없겠죠. 위원회도 따라서 진상규명 보다는 좀 더 쉬운 위로금 지원 업무만 하게 되면서 유족들 대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유족단체들 간에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이고요.
◇ 김현정> 누구는 더 많이 받고, 누구는 덜 받고 그런 거겠죠?
◆ 권민철> 그렇습니다. 위원회는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에게 위로금으로 6200억원을 지급했거든요. 어마어마한 돈이죠? 이걸 심사해서 주다보니 누구는 불만도 생기고 의심스런 단체도 생기고 그런 겁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위원회는 없애고 피해자지원재단이 위원회 활동을 대신해야한다고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른 겁니다.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피해자지원재단은 또 뭔가요?
◆ 권민철> 정식명칭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입니다. 말 그대로 피해자들 지원만을 목적으로 만든 기구입니다. 행자부는 위원회를 대체하기 위해 이 재단을 띄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행자부 정재근 차관의 발언 들어보시죠.
"저희들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될 것으로 판단을 하고, 특히 지금 이 지원재단의 기능을 보면 피해자 유족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사업이라든지 유해 발굴․봉환 사업 또 추도순례, 문화학술 이렇게 있기 때문에…"
◇ 김현정> 행자부 생각대로라면 이제 진상규명은 어려워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들 이야기 들어봤나요?
◆ 권민철> 누가 됐건 진상규명은 반드시 해야하는 거잖아요? 행자부는 그것을 별도의 과를 만들어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당치 않은 발상이라고 해요. 특히 이번 위안부 문제를 진상규명 없이 돈으로 해결한 경험을 봤을 때, 앞으로는 민간이 주축이 되고 일본의 양심세력과 협력해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제안이 나옵니다. 한양대 정병호 교수의 설명 들어보시죠.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무원들이 안에 들어 와가지고 정부예산을 받는다는 이유로 모든 내용이 통제당하고 조절당하는 그런 일이 되어서는 진상규명회는 제구실을 못합니다. 저는 결코 우리민족 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일본 시민사회 역량입니다"
◇ 김현정> 위원회가 제대로 굴러간 건 아니지만 그나마 그 조차 아예 없애고 진상규명 안하겠다면 문제겠네요. 위원회를 소생시키기에는 법개정 타이밍도 놓쳤구요, 어떻게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