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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분배농지' 49년만에…대법 "농민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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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1960년대 구로공단을 만들면서 국가가 강제로 구로동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은 이른바 '구로 분배농지 사건'이 49년의 소송 끝에 소유권을 농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는 재심판결에 대해 다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최초 판결로, 재심판결이 취소되면서 기존의 판결이 되살아난 결과다.

다만, 시간이 너무 흘러 실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김모씨 등 5명의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재심판결을 취소하고, 국가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봐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1961년 9월 정부는 구로공단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서류상 군용지였던 구로동 일대 약 30만 평의 땅에서 판잣집을 철거하고 농사를 짓던 주민들을 내쫓았다.

농민들은 "이 땅이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분배받은 것"이라며 소송을 내 1966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다른 농민들이 낸 9건 소송도 대부분 비슷한 결과였다.

그러자 검찰은 1968년 "농지분배 서류의 조작이 있었다"며 농민들과 이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공무원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고, 국가는 재심을 청구했다.

1968년~1970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체포됐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 소송을 포기해 석방되거나, 구속됐다가 기소 전 소 취하를 한 사람이 모두 140명에 달했다.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계속 소송을 진행한 농민들과 이들을 위해 증언한 공무원 등 41명은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1989년 내려진 재심판결은 첫 확정판결이 뒤집힌 ‘원고패’로 바뀌었다.

하지만 2008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한 뒤, 형사 처벌을 받았던 이들은 재심에서 누명을 벗게 됐다.

이에 따라 2012년 이번 사건의 원고들은 재심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세 번의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것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농민과 공무원 등에 대한 형사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을 언급하며 민사소송의 재심 당시 정부가 주장했던 재심사유인 서류 등 증거조작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서 재심 판결을 취소, 국가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심판결이 취소되고 피고(국가)의 재심청구가 기각되면 재심판결로 취소됐던 기존의 확정판결이 되살아난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당시 땅을 빼앗겼던 농민들의 유족이 실제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가로부터 오래 전 소유권을 넘겨받은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 10년이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

또 옛 농지법은 농지개혁법을 폐지하고, 분배농지에 대한 대가상환 등은 법 시행인 1996년으로부터 3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구로 분배농지 사건 관련한 다른 하급심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기각하고, 손해배상 청구만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한 별도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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