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회복 어려운 상태…조건 걸며 시간 끌어" 주장2013년 1월 1심 실형 선고받고 실제 소장 접수는 안 해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3년 전 이미 이혼 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3년 1월 대리인을 통해 소장을 작성했지만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소장에서는 노 관장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2006년부터 확고해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소장에서 "결혼 초부터 성장배경 차이, 성격과 문화 차이 및 종교의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을 겪어왔다"며 "세간의 이목과 관심, 그로부터 파생하는 부담감 등으로 원고는 점점 심적 여유를 잃었고 더욱더 일에 몰두하는 생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성격차이에 대해 자신은 "매사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자율적"인 반면 노 관장은 "성격이 강하고 예민한 의사표현 방식을 가진 탓"에 자주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의 강한 표현방식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폈다.
최 회장은 2003년 배임 혐의 실형 선고 등으로 "깊은 절망감과 함께 존재 자체에 대한 한계를 경험하게 됐다"면서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적어도 2006년부터는 이러한 상황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이 "이혼과 거액의 위자료를 먼저 요구한 적도 빈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는 "3개월만 함께 교회에 나가면 이혼해주겠다거나 필리핀 선교여행에 같이 다녀오면 이혼해주겠다는 식으로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고도 했다.
400억대 회삿돈 횡령 혐의 수사와 노 관장의 관련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피고(노 관장)의 명예와 자존심을 고려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혼인관계의 실체는 사라진 채 시간이 흐르던 중 피고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하여 2011년 4월경부터 검찰 수사를 받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다"며 책임을 돌렸다.
노 관장이 "이후에도 경솔한 행동을 반복해 더욱더 난처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피고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기까지 원고에게 수차례에 걸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2009년 말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2011년 8월에는 이혼 결심을 가족에게 밝혔지만 노 관장이 조건을 걸며 시간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29일 언론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과거 결혼 생활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또 수년 전 여름 혼외딸이 태어났을 때 노 관장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혀 이를 계기로 이혼 소장을 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장에서 최 회장은 당시 미성년자이던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행사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소장 내용은 실체 없는 혼인관계가 작성 당시 기준으로 10년 가까이 유지된 반면 노 관장의 '오기'나 '보복의 감정' 때문에 합의이혼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이 소장 내용이 이혼 소송을 앞둔 한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실제 소송이 제기되면 노 관장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를 수 있다. 연합뉴스는 노 관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혼외 딸까지 둔 최 회장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31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 소장을 법원에 접수하지는 않았다. 소장 작성에 관여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역시 이미 소송 준비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