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는 카카오뱅크·K뱅크를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달 29일 금융당국이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 주면서 특히 강조한 게 경쟁 촉진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 내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마리 메기가 포획된 청어 떼 전체의 생존력을 높이듯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이 참여자 모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이른바 '메기 효과'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실제 문을 열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하지만, 메기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쪽이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리기 힘든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중신용 서민을 위한 금리 연 10% 안팎 중금리대출이다.
중금리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 최고 유망 분야로 꼽힌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이후 기존 우리은행에 더해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특히 주목되는 게 국내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 저축은행의 가세다.
SBI 저축은행은 지난 21일 중금리대출 상품 '사이다'를 전격 출시했다.
신용등급 5등급 12%, 6등급 13.5% 등 사전확정금리에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되는 상품이다.
특히 대출 한도가 3000만 원으로, 농협은행 'NH EQ론' 1000만 원과 신한은행 '써니뱅크' 500만 원 등 시중은행 중금리대출 상품보다 훨씬 높다.
이처럼 SBI 저축은행이 파격적인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은 중금리대출을 무기로 저축은행 고객 기반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SBI 저축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훨씬 이전에 국내 중금리대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저축은행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대표적인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이면서도 20%대 고금리대출에 집중하면서 시중은행이 외면하는 중신용 서민들의 이자부담 가중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핵심 사업 영역으로 중금리대출을 설정하고 시중은행들까지 뛰어들자 저축은행업계도 더 이상 중금리대출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무점포와 비대면거래가 강점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첨단 핀테크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신규 계좌 개설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