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상업을 가르치다가 올들어 9개월간 역사를 가르쳐온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K씨가 자신이 국정교과서 집필진임을 밝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씨는 10일 밤 결국 "역사교과서 편찬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뜻을 국사편찬위원회에 전달했다.
47명에 이르는 집필진 가운데 그 면면이 공개된 건 고대사 대표 집필을 맡은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 이후 K씨가 처음으로,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에 이어 두 번째 사퇴로 기록됐다.
서울 중구 D상고 '상업 교사'인 K씨는 지난 8일 학교 전체 교원에게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A4용지 3장 분량의 메시지를 통해 '12월까지만 학교에 나오고 내년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46명과 합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는 게, 동료 교사들의 전언이다.
K씨는 '13개월 뒤엔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라며, 메시지 말미엔 작별을 뜻하는 일본어인 'さよなら'(사요나라)를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무역학과 영어를 전공한 K씨는 또다른 서울 시내 교육대학원에서 역사 관련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논문을 준비중인 상태다.
K씨가 스스로 집필진 공모에 지원한 것인지, 국편의 초빙을 받아 합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국편은 이날 밤 늦게야 K씨의 자진사퇴 사실을 밝혔을 뿐, 선정 과정에 대해선 일체 함구했다.
이와 관련, K씨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관지인 <교육희망> 기자와 만나 "(국편이) 비밀로 하라고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며 "나중에 말하겠다"고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또 집필진이 다 모여서 임명장을 받았는지, 전체가 모이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D학교 교장과 교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K교사가 학교와는 일체 협의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결정한 일이어서, 학교 입장에선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10년차 교사인 K씨는 학교 홈페이지에도 '상업 교사'로 명시돼있으며, 9년간 상업을 가르치다가 올들어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를 함께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편측은 "K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석사)을 전공하고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며 "이러한 전공 경력을 감안해 교사 집필진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국편은 지난달 집필진 공모 당시 △교수의 경우 대학 조교수 이상 △연구원은 연구 경력 5년 이상 △교사는 5년 이상의 중등학교 교원 또는 교육전문직으로 지원 자격을 한정한 바 있다.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