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스님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총무원에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경찰이 조계사에 은신해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이 경찰의 공권력 투입에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 일감 스님은 9일 오전 조계종 기념관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병력을 조계사에 투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감 스님은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체포영장을 발부된 개인을 강제 구인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조계종과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일감 스님은 "조계사 화쟁위원회가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법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고 정치권과의 대화 모임 시작이 목전에 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도 결단을 촉구했다.
일감 스님은 "80만 조합원의 대표인 한 위원장의 심적 부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 투입이라는 폭력의 악순환이 발생되지 않도록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감 스님은 성명서를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조계종 내부에서는 경찰 병력이 투입될 경우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교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조계종 측은 경찰이 들어올 경우 스크럼을 짜서 경찰 진입을 막는 등 몸으로 나서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경찰이 들어오는 데 대해 안 된다, 들어올 수 없다고 저항을 해야 한다"며 "'어세오세요'라고 순순히 내줄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 오후 4시부터 24시간 동안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지 않으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해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