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해대교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경기소방청 제공)
지난 3일 주탑 케이블이 끊이진 서해대교에 케이블 관리업체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대교는 준공 후 10년간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고 입찰을 통해 별도의 케이블 관리업체를 선정해 왔으나, 한국도로공사가 관리예산을 턱없이 적게 책정하면서 업체들이 사업수주를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인천대교와 부산 광안대교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특수교량 케이블이 원천기술이 부족한 국내 영세 업체들에 의해 헐값에 관리되면서 교량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서해대교 케이블 유지보수 '좁쌀 예산'…업체 참여 기피
서해대교는 지난 1993년 11월 착공해 2000년 11월, 7년 만에 준공됐다. 총 연장길이 7,310m 가운데 990m가 케이블로 하중을 지탱하는 사장교 구간이다.
초속 65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최초의 사장교다. 전체 교량 공사는 대림산업과 당시 LG건설이 나누어 맡았고, 케이블 설치공사는 프랑스 계열의 주)후레씨네 코리아가 단독 수주했다.
서해대교는 준공 후 10년간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고 지난 2011년부터 케이블을 포함한 모든 교량의 관리업무가 한국도로공사로 이관됐다.
이후 도로공사는 2년에 한 번씩 입찰을 통해 케이블 유지관리 업체를 선정했는데 그동안 계속해 후레씨네가 수주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지난해 계약기간이 끝나자 올해는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손을 들고 말았다. 보수, 보강에 필요한 관리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아직 유지보수 관리업체를 선정하지 못했다”며 “후레씨네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올해 서해대교 케이블 보수, 보강, 유지관리 사업비로 모두 2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144개에 달하는 케이블을 관리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규모”라며 “뎀퍼(진동흡수장치)의 윤활유를 교체하는데 개당 수 천만 원이 소요되는데 도로공사 예산은 보수, 보강, 유지관리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서해대교의 케이블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케이블 절단 사고도 낙뢰에 의한 자연재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수시점검 등 안전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결과물이다.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현장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국내 사장교·현수교 관리 엉망…국토부 '공항정책과'가 감독?현재 국내에는 사장교 39개와 현수교 5개 등 모두 44개의 특수교량이 있다. 사장교는 주탑과 교량 상판을 직접 케이블로 경사지게 연결한 방식으로 국내에는 서해대교와 인천대교가 대표적이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 사이에 연결된 메인 케이블에 소형 케이블을 걸어 상판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영종대교와 부산 광안대교, 남해대교 등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도 현수교다.
문제는 이들 특수교량 대부분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 광안대교는 부산시설공단이 발주한 사업으로 지난 2002년 12월 준공됐다. 이후 10년간 무상 하자보수 기간이 끝나고 2013년부터 부산시설공단이 자체 관리하고 있다.
광안대교는 7,420m 전 구간에 걸쳐 6개월에 한 번 정밀점검과 5년에 한 번씩 교량 정밀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총 연장 2,800m인 미국의 금문교가 1년에 한 번씩 전 구간에 걸쳐 정밀진단이 실시되는 것과 비교해 안전관리가 크게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올해 광안대교 전체에 배정된 관리예산이 59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가운데 80% 이상은 도로 재포장비로 지출된다. 이렇다 보니, 현수교 900m 구간에 대한 케이블 관리예산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광안대교 관리예산은 어떤 분야에 사용하도록 특정된 게 없고 사안이 발생하면 배정하는 방식의 예비비 성격이 크다”며 “케이블 관리예산이 얼마인지 딱히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