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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메소밀' 쓴 독극물 사건 이번엔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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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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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참여재판 앞두고 수법 비슷한 미제사건 주목

목격자 확보 등이 열쇠…"범행 부인하면 미제 가능성 커"

법원 들어온 '농약 사이다' 피의자 (사진=연합뉴스)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 오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했으나 해결하지 못한 독극물 사건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독극물 미제 사건들과 농약 사이다 사건은 고독성 살충제 '메소밀'을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부터 닷새간 대구지법에서 열리는 참여재판에서 상주 사건 실체를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인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 있던 60∼80대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들은 초복인 7월 13일 먹다가 남은 음료수를 마시던 중 입에 거품을 물고서 복통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2명이 병원에서 숨졌다. 중태에 빠진 4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서 차츰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서는 맹독성 농약으로 2012년 부터 판매를 금지한 메소밀이 나왔다.

검찰은 사건 당일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어울렸지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82) 할머니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씨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살충제 성분이 묻은 옷, 사건 당일 현장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 등을 내놓았으나 뚜렷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박 할머니가 사이다에 농약을 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도 찾지 못했다.

이는 변호인단이 검·경의 수사 부실을 지적하는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현재 검찰과 변호인단 의견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는 까닭에 검찰이 지금까지 밝혀낸 물증, 범행 동기 등으로 배심원단과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하면 농약 사이다 사건도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진딧물, 담배나방 방제 등에 사용하는 메소밀은 체중 1㎏당 치사량이 0.5∼50㎎에 불과할 정도의 고독성 농약이다.

일반 농가에서는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잡기 위해 고구마나 감자에 이 농약을 바른다.

메소밀은 냄새나 맛이 없어 액체 상태 농약은 맹물로, 가루 농약은 조미료나 설탕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 때문에 농촌 등에서 종종 발생한 독극물 중독 사고의 주범으로 메소밀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한 식당에서 콩나물밥을 지어 물김치, 시금치무침과 함께 먹은 70대 노인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자들 구토물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나 이 사건 범인은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다.

2012년 1월 전남 함평군 월야면 한 경로당에서는 비빔밥을 먹은 주민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병원 신세를 진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자들이 먹은 비빔밥에서도 역시 메소밀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독극물을 넣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지만 구체적 단서가 드러나지 않은 탓에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2007년 5월 경북 영천 한 재래시장에서는 생선 좌판대에 놓인 '농약 드링크제'를 나눠 마신 송모(당시 64·여)·정모(당시 72) 할머니가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의식을 잃은 곳 주변에서 찾아낸 다른 드링크제 2병에서 메소밀 성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누군가가 메소밀이 든 드링크제들을 시장 좌판대 등에 두고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했으나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또 2004년 9월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서 전모(당시 63·노숙자)씨가 벤치에 놓여있던 메소밀이 든 요구르트 3병을 발견,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이 음료수에 농약이 든 것을 모르고 마셨다.

이 해 8∼9월 대구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에서 모두 7건의 유사한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이들이 마신 음료는 5개 들이 한묶음 포장 가운데 3∼4개만 그대로 담겨있어 누군가가 방금 남기고 간 것처럼 위장한 공통점이 있어 동일범 소행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그렇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한 대표적인 독극물 미제 사건이다.

현재 시골 마을마다 농약 판매처가 여러 곳 있지만 구입자 확인, 농약 판매개수 등 관리가 치밀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 과거 구입한 고독성 농약들을 농기계 창고 등에 허술하게 보관하고 있는 까닭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농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경북농협본부 한 관계자는 "농약 구입과 보관과 관련해 농업인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지만 농사에 쓰는 농약이 워낙 많아 철저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약을 사용한 독극물 범죄는 초기에 목격자, 결정적 증거 등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면 용의자 자백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유력 용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면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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