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현지시간)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더 내리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유럽 금융시장이 또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마리오 드라가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현재 -0.2%인 예금금리를 -0.3%로 추가 인하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유럽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해 6월 마이너스에 진입한 뒤로 두 차례 더 내려가며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특별하고 일시적이 아닌 일상적 현상이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적으로 은행에 예금하고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내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인하된 유럽중앙은행 예금금리는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일반은행의 예금금리는 아니고,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시중은행이 운용하고 남은 자금 100만원을 중앙은행에 맡기게 되면 1년뒤 99만7천원을 찾아가는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상태가 되면 은행 입장에서도 돈을 중앙은행에 맡겨 놓으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보유하거나 대출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막대한 현금을 단순히 보유하는데에도 경비 등 비용이 소요되므로 은행들은 어떻게든 대출을 늘려 보유 현금을 줄이려 할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은행이 일반인들에게 대출을 할 때에도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줘야 하지만 대출금을 못갚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개인신용도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게 된다.
고소득의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자들은 오히려 보관료를 받아갈 수도 있고 저신용등급자들은 여전히 금리를 내야하는 금융차별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은행과 은행간 거래 등에서 의미가 있을뿐 현재까지는 은행과 소비자간 거래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급격한 마이너스 금리 적용시 대규모 인출사태 등 뱅크런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디플레이션을 대비한 극단적 대책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유럽의 금융기관의 경우 이제 중앙은행에 유로화를 예치할 때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비용을 내야 하기때문에 자체적으로 자금을 쌓아놓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하면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자금을 자체적으로 쌓아놓게 돼 자금흐름에 경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금융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 월가의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가디언 기고에서 세계적으로 단기 국채뿐만 아니라 장기국채의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이 '뉴 노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