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병석안(案)'이 여야의 내년 4월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야 각 정파의 상당수가 이 안에 찬성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수용' 입장이고, 새누리당의 경우도 농어촌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일각의 찬성 기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여권의 주류가 여전히 완강한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오는 5일 양당 대표 간 '담판' 회동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3일,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 시한을 '정기국회 회기 내(12월9일)'로 규정했기 때문에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선택지가 '중재안의 수용' 혹은 '현행대로' 중 하나로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이병석안이란?…농어촌 살리기, 권역별 비례 '절충'이병석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제안한 안에 대해 '균형의석제'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현행 246석인 지역구 의석수(數)를 260석으로 늘리고, 이에따라 현재 54석에서 40석으로 줄어들게 되는 비례의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적으로 적용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최소 과반'을 비례대표로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지난 19대 총선 결과에 적용해보면, 10.3%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한 옛 통합진보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는 300석의 10.3%에 해당하는 30석이다. 여기에 다시 '최소 과반'을 적용하게 되면 16석이 된다.
균형의석제에 따라 일단 전체 16석을 보장받고, 비례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총선 통진당의 지역구 당선 의석인 7석을 뺀 9석을 배정받게 된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 비례대표가 54석에서 40석으로 주는 상황을 가정하면 40석 중 9석을 선(先)배분한 뒤 나머지 31석을 양당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런 시뮬레이션대로면 통진당의 비례 당선 의석은 6석에서 3석 늘어난 9석이 되는 것이다.
이병석 의원 측 관계자는 "대신 새누리당이 비례의석을 2~3석 손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246석에서 260석으로 14석 증가시키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구 감소폭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여야가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용한 비례대표 의석수 감소분인 6~7석의 2배에 달한다.
◇ 친박(親朴) 결사 반대…"비례 공천권 축소 받아들일 수 없어"
하지만 집권세력인 새누리당 친박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병석안 수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병석안에 대해 "이미 우리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에 부딪혔던 방안"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김 대표는 "안 되면 현행대로 하자고 하는 것인데, 야당이 그마저도 못하게 막고 있다"고 성토했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막기 위해 비례대표를 줄이는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 현행대로 246석의 지역구수와 54석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고정하는 쪽으로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가 언급한 '최고위원의 반대'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 성향의 A최고위원과 고위 당직자 B의원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에 대해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쪽에서 새누리당 비례 의석 축소로 이어지는 방안을 받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혹은 청와대 측이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야권에 2~3석의 비례를 양보하게 되면 그만큼 지분이 줄게 되는 것이 반대의 이유라는 것이다.
이밖에 정의당 등 제3 당의 부상이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의 한 축인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권역별 비례 혹은 연동형 비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다음 대선에서 진보세력과 연대를 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