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8년 충북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에서 '볍씨' 하나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1만3천년 이상 된 볍씨로 확인됐다. 당시 발견은 이미 1만3천 년 전에 한반도에 야생 벼가 존재했다는 명확한 증거로 우리나라 농업 역사에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쌀은 신석기시대 이전부터 우리 민족의 생명을 지켜 온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량자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쌀의 가치와 쌀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연간 30만 톤 이상이 과잉 생산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CBS노컷뉴스는 몰락한 쌀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① 쌀 가치의 몰락…풍년농사의 불편한 진실 (계속) |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난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는 '보릿고개'가 존재했다. 3-4월에 쌀이 떨어지면 깡 보리밥에 나물반찬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배고픈 시절이었다.
하지만,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쌀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80년대 들어선 보릿고개라는 말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어 90년대부터는 밀가루 음식이 확대 보급되고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면서 쌀 소비마저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선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 쌀 소비↓, 생산량↑…수급 불균형 심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kg에서 2005년 80.7kg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65.1kg으로 20년 만에 38.9%나 급감했다. 쌀 대신 빵이나 육류 등을 섭취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쌀 소비량은 급격하게 줄고 있지만, 쌀 생산량은 완만하게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하다는데 있다.
올해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80만ha로 지난 2000년 107만ha 보다 25.2%나 감소했지만 쌀 생산량은 433만 톤으로 2000년 529만 톤에 비해 18.1%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벼 품종과 재배기술이 좋아지고, 재난과 재해에 대비한 수리시설 등이 확충되면서 단위면적 10a당 쌀 생산량이 지난 2000년 497kg에서 올해는 542kg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 남아도는 쌀, 보관할 창고가 없다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은 신곡과 구곡, 수입쌀까지 모두 포함해 450만 톤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곡 소비량이 400만 톤, 구곡과 수입쌀이 50만 톤을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신곡 생산량은 424만 톤으로 24만 톤이 남았다. 올해 또 다시 433만 톤이 생산되면서 33만 톤이 추가로 남게 됐다.
이렇다 보니, 정부 양곡창고에 쌓여 있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이 지난 9월말 기준 136만 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식량기구(FAO)가 권장하는 우리나라의 쌀 적정 재고물량 80만 톤에 비해 56만 톤이나 초과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도 공공비축미와 해외공여용 39만 톤을 매입한데 이어, 시작격리용 20만 톤을 매입할 계획이어서 연말쯤에는 쌀 재고물량이 15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비는 줄고 생산이 많아지면 재고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수급 불균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쌀값, 날개 없는 추락…사상 최저 수준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5만520원으로 10일 전인 지난달 5일 보다 0.7%인 1,124원이나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 5,956원에 비해선 무려 9.3%인 1만5,436원이나 폭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