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막으니까 못 이기지' 모비스 양동근이 26일 삼성과 원정에서 상대가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수비하고 있다.(잠실=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울산 모비스의 시즌 3차전이 열린 26일 잠실실내체육관. 경기 전 모비스 베테랑 가드 양동근(34 · 181cm)은 삼성에 강한 이유를 묻자 "글쎄요?"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비스는 삼성을 상대로 무려 22연승 중이었다. 프로농구 역대 특정팀 상대 최다 기록이다. 역대 2위 기록은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이 안양 SBS(현 KGC인삼공사)에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04년 2월까지 거둔 17연승이다. 모비스는 2012년 1월14일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삼성에 지지 않았다.
여러 번 이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일 수 있다. 멤버 구성 상 두 팀의 궁합이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양동근은 "사실 삼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자신감이 생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른 팀과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한다"고 말했다.
굳이 그래도 이유가 있다면 뭘까. 양동근은 "아마 삼성 선수들이 너무 부담감을 느끼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패를 끊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미묘하게 평소보다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삼성전 연승에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마도 우리 팀이 그동안 강한 멤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삼성전 연승이 시작된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사상 첫 3연패를 이뤘다. 양동근과 함지훈(198cm)을 축으로 최고 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와 최고의 득점원 혼혈 선수 문태영(194cm)까지 있었다. 이제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삼성 소속이지만 1, 2라운드에서도 모비스는 이겼다.
▲'4쿼터 대폭발' 양동근, 승부처 9점 집중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비스는 예의 팀의 혼인 양동근이 펄펄 날며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23연승 삼성전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양동근은 1쿼터부터 펄펄 날았다. 버저비터 3점포를 포하매 12점을 몰아넣으며 23-18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3쿼터까지 양 팀 최다 19점 6도움을 올리며 67-62 리드를 견인했다.
무엇보다 4쿼터 승부처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양동근은 69-64로 쫓긴 1분43초부터 무려 9점을 몰아넣었다. 통렬한 3점슛을 시작으로 날카로운 돌파에 이은 잇딴 레이업슛과 자유투까지 순식간에 점수가 76-64로 벌어졌다.
이후 5분42초에 터진 천대현의 3점포도 양동근의 도움이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양동근은 사실 22연승 동안 기록이 그닥 빼어난 것은 아니었다. 19경기 출전해 평균 10.9점 4.8도움을 올렸다. 지난 시즌인 1월13일 경기 26점이 삼성전 최다 득점이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양동근은 38분15초를 뛰며 3점슛 3개 포함, 양 팀 최다 28점 7도움을 올리며 93-82 승리를 견인했다. 이래도 양동근은 왜 삼성 천적인지 이유를 모르나 보다.
모비스느 삼성전 23연승 및 최근 3연승을 달렸다. 17승7패로 1위 오리온(19승4패)에 2.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아이라 클라크가 24점 7리바운드, 함지훈도 14점 7리바운드로 거들었다.
삼성은 11승12패로 공동 6위로 내려앉았다. 라틀리프가 22점 8리바운드, 문태영이 16점 6도움을 올렸으나 친정팀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