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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90억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의 2016년 예산안은 27조원이다. 이 가운데 9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청년수당이 정치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다.
서울시민의 세금인만큼 90억원은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 나라 청년백수들에게 주는 돈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 "복지다" vs "복지가 아니다"
서울시는 일자리를 준비하는, 그래서 지금은 일자리가 없는 청년 3천명에게 매달 50만원씩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20대 서울 청년 가운데 대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청년 아웃사이더'는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3천명은 이들의 0.5%에 불과하다.
그냥 주는게 아니다. 심사를 거쳐야한다. 중위소득 60% 이하에 속하는 청년들의 조건을 심사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6개월 동안만 준다.
그런데, 이를 정부와 여당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시민의 세금으로 퍼주기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씩을 주는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묶어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여당의 말달리기에 더 채찍을 가했다.
뒤이어, 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와 복지부는 16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은 사회보장제도"라며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와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지출된 금액만큼 지방교부세에서 감액하겠다는 은근한 위협도 곁들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1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수당을 "명백한 포퓰리점적 복지사업"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맹비난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은 조건부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사업이 아니며, 따라서 중앙정부와 협의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복지사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에서 협의를 요청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협의 여지를 남겼다.
방송토론을 놓고는 장군멍군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방송토론을 제의하자 박 시장측은 "노동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청년정책 전반을 놓고 다룰 문제"라며 최경환 부총리와의 끝장토론을 역제의했다.
그러자, 최경환 부총리는 "노동개혁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 끝장토론하라"고 맞받아쳤다.
애초부터 양쪽 모두 방송토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 복지논쟁의 점화자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수당 논란의 처음 불을 당긴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을 이끌던 시절에 주창했던 청년복지 정책과 사실 크게 다를 바 없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대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 청·장년층의 구직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기간 월 30만∼50만원의 '취업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 90억원의 4배가 넘는 4천억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밖에도 지난 대통령선거 때 전형적인 복지사업인 무상보육을 공약했지만, 지금은 중앙정부가 예산도 마련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 구밀복검, 복지는 영원한 정치공방의 대상 이처럼 정부·여당이나 야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사업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복지는 곧 표'라는 정치적 방정식에서 비롯된다.
'복지=표'라는 등식이 정치인을 유혹하고 복지를 정치공방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이유다.
야권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무조건 선심정책으로 보고 여권은 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인 곳의 복지는 포퓰리즘으로 몰아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