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백남기(69) 씨에게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노컷뉴스)
'민중총궐기' 이후 수사기관이 관련자 색출에 총동원된 가운데, 간첩 수사에 특화된 보안수사대 요원이 방송사에 전화해 집회 참가자 정보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18일 CBS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김모 경위는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민중총궐기 당시 농민 백남기 씨가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김현정의 뉴스쇼'팀은 16일 백씨를 부축한 A씨를 인터뷰한 상황.
김 경위는 '뉴스쇼' 제작진과의 통화에서 대뜸 '방송국으로 찾아가겠다, A씨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고 말하고, "그 사람이 진짜 목격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겠다"며 A씨에 관한 정보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당사자 동의 없이 인터뷰 대상자의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니 "직접 방송사로 찾아갈 테니 당사자를 만나게 중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자료사진)
보안수사대는 서울경찰청 보안부 산하에 있다.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안부는 ▲간첩 등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 및 그에 대한 지도·조정 ▲보안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를 주 업무로 한다.
불법 집회 주동자에 대한 전국적 수사령이 내려져있음을 감안해도, '간첩과 좌익용공세력'를 수사하는 보안수사대까지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언론사를 찾아가서까지 정보를 캐내겠다는 것은 어떻게든 공안사건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보안과장 및 보안부장 등은 "전방위적으로 내사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 같다"며 "더이상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간첩 잡기'에 특화된 보안수사대가 민중총궐기 관련 전방위적 내사에 나섰음을 시인한 셈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조영선 변호사는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취재원 보호 원칙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종북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베가 문제 삼는다고 해서 조사에 착수하는 것도 우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