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사진=윤성호 기자)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20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친박 장기집권 플랜'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꺼내들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친박계는 '사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내 비박계까지 일제히 성토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 개헌론 성토하던 친박계가 이번엔 개헌론 제기홍 의원은 지난 1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며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의 이원집정부제가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보다 더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 의원은 특히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대통령을 맡고, 친박 인사가 총리가 되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그동안 친박계가 개헌론을 금기시해왔다는 점에서 홍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친박계 핵심 의원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지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무성 대표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곧 개헌론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개헌론을 언급하자 청와대와 친박계는 김 대표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 부은바 있다.
◇ 비판여론에 친박계 "홍문종 개인 생각, 공감대 없다"홍 의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순수하지 못한 의도'라며 홍 의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개헌을 하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내년 총선 때 공약으로 제시할 일"이라면서 "역사국정교과서 강행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개입 발언에 이어 홍 의원의 개헌 발언까지 보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해주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밝혔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김무성 협박용'이라며 비판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천권을 놓고 김무성 대표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순수하게 꺼낸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친박계가 진화에 나섰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 지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개헌 얘기를 하느냐" 며 "또 홍문종 의원이 개헌 얘기를 한다고 해서 개헌이 되느냐"며 친박계 내부의 공감 가능성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의견은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다수와 공유하거나 공감하는 의견도 아니고, 논의 자체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노동개혁 5대 입법, 경제활성화 4개 법안, 한중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와 민생경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라며 우회적으로 이들 의원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구도로 장기집권 포석?다만, 친박계 역시 20대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 그리고 노동개혁 등 산적한 국정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 등을 제외하면 개헌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개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다만 시점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박계 핵심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석에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의원이 언급한 대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구도는 확실한 차기 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친박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구도라 할 수 있다.